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살라미 전술' 차단하는 美

김정은·習 '단계·동시적' 언급에

폼페이오 "과거 길 답습 없을 것"

볼턴 "1992년 비핵화 선언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장외 싸움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언급하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비핵화 과정을 잘게 쪼개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비핵화의 단계마다 대북제재 해제 등의 보상을 얻어내려는 반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먼저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조율 등을 위해 두 번째로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9일 전용기에 동반 탑승한 기자단에게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별·동시적 조치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김정은이 원하는 결과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하는 결과로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 걸었던 길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단계별 보상을 받아내려는 김 위원장의 ‘살라미 전술’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나 “북미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를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단계별로 대북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을 받아내면서 비핵화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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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역시 1992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볼턴 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를 발표하면서 “북한에도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지목하면서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이 이에 관한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PVID)’를 주장해온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CVID를 언급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PVID는 CVID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송환과 맞물려 미국이 CVID로 되돌아간 것은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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