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동향과 정권의 지지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세계 각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주택 가격 상승이 보수정권에는 호재로 작용했지만 진보정권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고려대학교 ‘불평등과 민주주의 연구센터’에 따르면 신미정 상하이 재경대 정치학과 교수는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관에서 센터가 개최하는 ‘시장과 정부의 비교정치경제학’ 국제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신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2개 국가의 1960∼2017년 주택 가격 변화와 정부 지지율, 정부 당파성 등을 연구해서 얻은 결과라고 밝혔다. 분석 대상은 관련 통계 확보가 가능했던 호주·오스트리아·캐나다·체코·덴마크·독일·헝가리·아이슬란드·이탈리아·일본·스페인·영국이었다. 한국은 통계 확보가 불가능해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 교수는 발표 자료에서 “주택 가격 상승은 보수성향 정부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진보성향 정부에는 반대로 악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이는 주로 보수성향 유권자는 주택 보유자가 많고 진보성향 유권자는 주택이 없거나 저렴한 주택 보유자가 많은 경향성에서 도출된 결과였다.
실제로 보수정권이 집권하는 시기에 집값이 오르면 정부지지율도 함께 올랐다. 보수정권이 집권한 데서 유추할 수 있듯 주택을 보유한 보수성향 유권자가 다수인데다가 이런 시기에는 다른 시민들도 집값이 오르면 대체로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신 교수의 분석이었다. 반대로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결과도 마찬가지로 반대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원래 주택이 없던 진보성향 유권자는 집값이 오르자 ‘내 집 마련’ 꿈이 더 멀어지면서 자신이 선택한 진보 정부에게서 등을 돌렸고, 해당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공공주택을 공급하자 저렴한 주택이라도 보유하던 진보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진보성향 정부는 지지층 내에서 반응이 엇갈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때 쉽사리 주택 정책을 펼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의 연구에서 한국은 조사대상에서 빠졌지만, 약 10년 전 비슷한 연구가 시도된 바 있다. 2009년 박원호 당시 미국 플로리다대 정치학과 교수(현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0∼2008년 치러진 7차례 한국 선거를 연구한 결과, 아파트 가격이 오른 지역에서 한나라당 득표율은 상승하고 민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 포함) 득표율은 하락한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박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권자들이 경제상승률, 물가, 실업률 등을 기준으로 경제 투표를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유권자 표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고려대 학술회의에서 권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표 참여율이 저조하거나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경향에 대해 발표했다. 옥스퍼드대 다비드 루에다 교수 등 해외 학자들도 참석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