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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메뚜기와 꿀벌]자본주의의 달콤함, 꿀벌이 지킬까 메뚜기가 뺏을까

■제프 멀건 지음, 세종서적 펴냄

세계적 혁신 전문가 제프 멀건

경제행위로 정당화된 '약탈'과

노동·혁신 통한 '창조' 대비로

자본주의 본질·양면성 풀어내

녹색산업 등 미래 경제 조망도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양극화 등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문제들이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로 마르스크가 태어난 지 200주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 대척점에 선 마르크시즘이 자본주의의 페니실린이 돼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현대 문명의 핵심’인 자본주의의 본질과 속성에 대한 규정은 없으며 마르크스주의 또한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대안이 돼 주기는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 국가과학기술예술기금 대표이자 세계적인 혁신 전문가인 제프 멀건이 자본주의를 ‘약탈’과 ‘창조’라는 정반대의 속성으로 규정한 ’메뚜기와 꿀벌‘은 눈길을 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메뚜기와 꿀벌’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을 상징하는데 메뚜기는 약탈자를, 꿀벌은 성실하게 일해 가치를 창출해내는 이들을 각각 의미한다.


일단 저자가 약탈과 창조로 규정한 자본주의 현상과 자본주의 하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렇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노리는 건물주, 독과점을 통해 막대한 부를 노리는 기업들, 신기술을 둘러싸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이익 추구 행위에만 골몰하는 다양한 ‘탐욕스러운’ 약탈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자본주의 하에서는 ‘경제 행위’라는 말로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한편에서는 ‘창조하는 자본주의’도 존재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혁신하는 사람 등 ‘꿀벌’과 같은 사람들이 그것. 그리고 이들로 인해 어떤 체제보다 많은 것을 창조해내고 향상시킨다는 게 자본주의 장점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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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적 형태, 약탈적 형태의 모습에서 다양성을 지닌 ‘창조자’로서 스펙트럼을 넓혀온 자본주의의 모습을 방대한 분량으로 풀어내지만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본주의의 미래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색했다. 저자는 테크놀러지의 양적, 질적 발달이 자본주의를 낙관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라는 신선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면서 ‘창조의 영역’인 과학기술 활동 규모가 전례 없이 큰 데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화할 것이기 때문에 전 세계 연구·개발비 지출이 21세기 중반이 되면 현재의 5배가 될 거라 전망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산업은 자동차, 철강, 마이크로칩, 금융 서비스 등이 아닌 건강, 교육, 돌봄, 그리고 ‘녹색 산업’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옮겨갈 것으로 봤다. 이러한 전망과 함께 저자는 한국을 사회적 혁신, 사회적 기업, 사회적 투자가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나라의 예로 들었다. 혁신에 투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게 마련이지만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데다 분단상황임에도 공격적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 것. 이외에 독일의 바우만과 중국 톈진이 지향하는 생태 도시의 자원봉사 등 시민활동도 비중 있게 다뤄 미래의 산업과 연결지었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지나친 성장 중심, 탐욕 등으로 비판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된 자본주의를 보다 창조적이고 우리의 삶을 위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책은 어렵지 않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게 한다. ‘약탈’과 ‘창조’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2만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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