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정착에 필요한 비용이 향후 10년간 2,167조원(1조7,00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0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자산운용사 유리존 SLJ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독일 통일 과정을 기준으로 향후 10년간 남북통일 과정에 들 경제적 비용을 추산했다. 독일 통일 당시에 서독에서 동독으로 들어간 자금이 현재의 환율 기준으로 총 1조7,000억 유로(미화 약 2조 달러)에 달했다는 것이 추정의 근거다. 이는 서독의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62%, 유럽연합(EU)의 명목 GDP 대비 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유리존은 동서독과 남북한의 차이도 비교했다. 서독과 동독의 인구 비율은 4대1 이었지만 남북한의 인구는 2대1이어서 인구 격차는 문제가 안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동독의 경우보다 심각하게 낙후된 북한 경제를 끌어올리려면 더 많은 투자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동독은 2차 대전 당시 전쟁 수행을 지원한 산업기지의 상당 부분을 유지하고 있고 공산 정권 시절 탓에 다소 퇴색하긴 했지만, 산업 문화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리존은 통일 비용을 분담하는 단순한 옵션도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한국이 향후 10년간 통일 비용을 5,000억 달러씩 고루 분담하는 것이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000억 달러는 각국의 현재 GDP에서 각각 2.4%, 3.5%, 9.7%, 29.5%에 해당하고 향후 10년간의 예상 GDP와 대비하면 불과 1.7%, 1.6%, 7.3%, 18.3%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 정도의 가격표는 4개국에 적절한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스티븐 젠과 조애너 프라이어는 “비핵화 이후에도 저개발상태에 있다면 지속적 평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핵화에는 북한이 경제적 자립을 보장할 가격표가 붙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분석은 남북한이 통일됐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리존은 남북통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아지는 긍정적 측면도 함께 언급하면서 미국 국채와 일본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에는 부정적이겠지만 한국 주식 시장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에는 활력소가 되는 만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유리존의 분석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과 금리가 오르고 글로벌 증시와 신흥시장은 약화하며 미국 달러화 가치가 오른다는 것이 그의 전체적 그림이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