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피터 래빗 전집]래빗이 말한다...어른도 넘어져도 괜찮다고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민음사 펴냄




어른이 돼서도 동화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시간이 흘러서 뒤돌아 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절망에 가까운 찰나의 순간에도 용기와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곰돌이 푸가 전하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등 캐릭터 ‘힐링 에세이’가 독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파란 조끼를 입은 토끼 피터 래빗의 탄생이야말로 ‘위로’였다. 저자인 베아트릭스 포터가 자신이 기르던 토끼 피터를 데리고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던 중 가정교사의 어린 아들 노엘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지은 동화가 바로 ‘피터 래빗 이야기’였던 것. 책에는 27편의 피터 래빗의 이야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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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네는 요즘 말로 하면 ‘한 부모 가정’이다. 남편을 잃은 엄마는 홀로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그리고 피터를 키운다. 이 가운데 가장 말썽꾸러기 막내 피터 래빗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크고 작은 모험은 우리에게 인생에서 맞닥뜨릴 고비의 순간들과 그 순간에도 응원을 보내는 따뜻한 친구들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1편인 ‘피터 래빗 이야기’에서 엄마의 경고를 무시한 채 피터는 맥그리거 아저씨의 텃밭에 들어가 상추와 강낭콩을 먹다가 걸린다. 줄행랑을 치다가 구스 베리 밭에 뛰어들어 옷이 걸려 찢기고, 이제 죽겠구나 싶은 순간에 참새들이 날아와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면 이에 다시 도망칠 힘을 낸다. 너무 오래 도망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한 피터는 요리를 하는 엄마의 인기척을 느끼며 집 앞의 보드라운 모래 위에 쓰려져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 엄마는 피터에게 보름 만에 다시 옷을 잃어버린 이유를 묻지 않고, 끙끙 앓는 피터에게 그저 캐모마일 차 한 잔을 끓여 먹인다. 잘못을 했어도 따져 묻지 않는 따뜻한 침묵과 이해를 통해 위로를 받은 피터를 보며 우리 역시 하루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이다.







피터 래빗의 이야기는 늘 바람 잘 날이 없지만 결국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이는 저자인 포터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이기 때문에 식물학자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그는 가족의 반대에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해주는 편집자 노먼과 약혼을 감행했다. 당시만 해도 사회적 편견이었던 것들과 싸워낸 용기와 이를 통해 만들어진 진정성 있는 이야기의 힘을 우리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2만2,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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