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북한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국가의 최고지도자로서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르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두 번의 방중으로 지도자로서 외국 땅을 밟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혈맹인 중국과의 특수한 관계 덕분에 외부 노출이 철저히 차단된 상태에서 일정을 수행했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도 판문점이라는 통제된 공간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는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에 노출돼 북한의 정상외교에 일종의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동수단도 관심사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국제 이동수단으로 열차를 고집했지만 평양과 직선거리로 약 4,800㎞ 떨어진 싱가포르까지는 항공기 이용이 불가피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최근 중국 다롄까지 이용했던 전용기 ‘참매1호’는 기종이 노후하고 장거리 운항 경험이 없어 중국에서 재급유를 받거나 전세기를 빌려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베이스캠프’가 어디에 꾸려질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9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당일치기 회담’을 원칙으로 하되 추가 논의가 필요하면 하루 더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회담 일정 연기 등을 고려해 싱가포르에서 1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은 각종 다자회담 유치 경험이 풍부한 샹그릴라호텔 등을 정상회담장 물망에 올리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회담장과 같은 호텔에 베이스를 꾸릴지는 미지수다.
북미 퍼스트레이디들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이나 평양에서 열렸다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맞아들이는 방식이어서 퍼스트레이디들의 만남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제3국인 싱가포르가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부인을 대동할지도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매파의 보좌진을 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측에서는 ‘미국통’으로 꼽히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김 위원장을 보좌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