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키갈리 공항에 내려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휴지 조각 하나 없이 깨끗한 거리, 잘 정비된 가로수, 여성이 혼자 밤에 산책하는 모습, 온화한 기후와 꽃이 만발한 연도 풍경을 목도하면 처음에는 과연 이곳이 아프리카가 맞는지 당혹감을 느끼다가 차츰 르완다의 평안함과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르완다는 아프리카 중앙부에 위치한 내륙국이다. 한국에서 도하를 거쳐 16시간 비행을 해야 수도 키갈리에 닿을 수 있다.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반면 아프리카 국가라면 조금씩은 갖고 있다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하지만 해발 1,500m가 넘어 연중 기후가 온화하다.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아 ‘1,000개의 언덕(thousand hills)’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르완다 사람들은 밤이 되면 언덕마다 신이 내려와 머문다고 말한다.
이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24년 전 약 80만명이 희생된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발생한 것은 아이러니라고 생각된다. 1994년 발생한 투치족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빼놓고 현재의 르완다를 얘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1994년의 제노사이드를 거치면서 르완다는 경제·사회·지적 기반이 대부분 파괴됐고 이후 르완다가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의 지도력하에 새로운 나라로 거듭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8년 현재 르완다는 아프리카의 희망으로 발돋움하며 많은 국가의 기대와 찬사를 받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7~2018년 세계경쟁력지수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국가 중 2위(전체 58위), 2017년 세계은행 기업환경 평가에서 사하라 이남 국가 중 2위(전체 56위)를 차지했고 2017 국제투명성기구의 르완다 부패인식지수는 180국 중 48위로 한국(51위)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괄목할 만한 변화의 배경에는 카가메 대통령의 비전, 리더십, 그리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있다. 르완다는 해외원조와 국가개발전략을 연계해 2001~2015년 평균 8%(세계은행)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며 전통적 해결 방식으로 제노사이드 후 국민화합을 달성했다. 르완다 정부는 책임감 있는 원조사업 관리와 투명한 예산집행으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또한 고위공직자들에게 성과책임제를 도입하는 한편 공여기관에 대한 평가도 실시하는데 이런 노력 덕택에 르완다에는 23개 양자공여기관과 21개 유엔기구가 개발 협력을 수행하고 있다
르완다는 2000~2015년 새천년개발목표(MDGs) 중 ‘절대빈곤 및 기아퇴치’를 제외한 모든 목표를 달성했으며 아직 1인당 소득이 700달러에 불과한 최빈 개도국이지만 오는 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1,240달러인 중소득국가, 2050년에는 고소득국에 도달하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르완다는 아프리카연합(AU)의 의장국으로서 AU 개혁 방안을 제시했으며 지난 3월 키갈리에서 개최된 AU 특별 정상회의에서는 사람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하는 범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의 출범을 이끌어내는 등 아프리카 변화와 개혁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0년부터 르완다를 중점 개발협력국으로 지정해 농촌개발·정보통신기술(ICT)·교육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KT가 최근 4세대(4G) 인터넷망을 구축했는데 카가메 대통령이 민관협력사업(PPP)의 성공 사례로 자주 칭송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사료 공장, 생사 보급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르완다는 지난 20년간 투명하고 효율적인 행정을 통해 개혁과 발전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해외투자 유치가 절실하다. 르완다 정부는 2017~2024년 경제개발(NST1)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우리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올해는 한·르완다 수교 55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이달 21~25일 부산에서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 및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가 개최되는데 이번 회의를 통해 한·르완다 간 협력 관계가 격상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