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논란 여전한 GM 협상, 자화자찬한 이동걸

"10년 잔류 보장, 만족할 수준"

'굴욕적 협상' 비판 항변 나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산은과 미국 GM이 한국GM에 최대 7조7,000억원의 자금 지원에 합의한 데 대해 “만족할 만한 수준인 윈윈이었다”고 자평했다. 일부에서 한국GM의 철수는 막았다지만 회생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까운 혈세를 투입해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이 회장은 정반대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 기자실을 직접 찾아 “산은이 한국GM에 추가로 7억5,000만달러를 출자한 대가로 GM이 향후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비토권과 지분매각 제한, 시설투자를 담보했다”면서 “설비투자의 경우 가장 강력한 구속력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는 “GM이 10년간 3조원을 투자하면서 마지막 해까지 2,000억~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10년이 지난 후에도 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곁들였다. 또 비토권에 대해서도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5년만 보장받아도 큰 성과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10년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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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이날 GM과의 협상 결과가 불평등하고 굴욕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항변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말미에 취재진의 질문을 몇 개 받기는 했지만 일방적으로 협상을 홍보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회장은 “(GM에 이은) 2대 주주로서의 한계와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 등을 감안하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협상 결과에 만족을 표했다. 하지만 GM이 한국GM 공장 일부를 셧다운하거나 추가 구조조정을 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를 보장하면 우리가 (GM의) 경영권을 굉장히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큰 프레임워크에서 10년 장기생존 확보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이 회장은 당초 목표로 삼았던 GM의 20대1 차등감자가 불발된 것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불가능한 카드였지만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언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사실 (대출금의) 95%를 탕감하라는 얘기인데 기업의 자산이 부채보다 많거나 비슷한데도 3조원 가까이 되는 돈(26억달러)을 탕감하라는 건 GM 입장에서도 배임”이라고 말했다. 회계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굉장히 힘든, 못 얻어낼 조건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8,000억원의 혈세를 지원해 한국GM의 철수를 지연시키는 봉합 수준의 협상 결과를 내놓고 만족할 만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자화자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GM이 한국GM 철수를 압박하며 정부로부터 무언가 더 받아내려는 전략을 쓴 것인데 제대로 대응한 게 맞느냐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GM 부실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이전 가격이나 본사 차입금 이자 비용 등에 대해 이 회장은 “실사 결과 이상 상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한계를 분명히 했다. GM의 ‘먹튀’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먹튀는 공짜로 먹고 튀는 것”이라면서 “먹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GM이 투입하는 64억달러라는 돈이 글로벌 기업이라도 적은 돈이 아니다”라며 “먹튀론은 언론에서 안 써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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