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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무시하고 배상액 근거도 안밝혀...생떼 부리는 엘리엇

■ 엘리엇, 한국정부에 7,100억 손해배상 요구

법원 1심 유죄판결 명분 삼아 요구

국민연금 절반도 안된 지분 보유했던

엘리엇 7,000억 손해 주장은 억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압박" 분석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약 7,182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정부에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한 엘리엇은 중재절차 단계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법원의 1심 유죄판결을 명분 삼아 정부에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ISD소송 전 협상을 거치는 단계에서 협상에 응할 예정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이날 삼성물산 합병과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의 유사성을 주장한 만큼 ISD소송을 이용해 현대차를 압박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가 11일 공개한 엘리엇의 중재의향서는 생떼 수준이다. 엘리엇은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엘리엇이 합병을 반대한 지난 2015년 7월에는 알 수 없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후 뇌물을 준 것은 맞지만 독대 시점은 합병 이후였기 때문에 합병 때문에 뇌물을 수수했다고 보지 않았다. 명분으로 삼았던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엘리엇은 손해배상 금액의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합병 직전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95%를 합병 결정 이후 삼성물산에 주당 5만7,234원에 팔았는데 당시 주가는 주당 5만8,974원이어서 135억원의 손실이 났을 뿐이다. 이후 엘리엇은 표 대결을 위해 추가로 지분 2.17%를 주당 6만3,560원에 샀는데 가격이 오른 만큼인 200억원의 평가손을 입었을 수 있다. 증권가나 국제중재업계에서는 2,200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까지 추산하기도 하나 엘리엇이 지분을 언제, 얼마나 사고팔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손실 규모 파악은 어렵다. 박영수 특검은 공소장에 1대 주주로 11%의 지분을 보유했던 국민연금이 합병으로 1,388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적시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절반도 안 된 지분을 가졌던 엘리엇이 7,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은 도대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증권가에서는 합병 발표 직후는 물론 합병 성사 이후 지금까지 삼성물산은 주가가 2배 이상 뛴 상황에서 엘리엇은 수익을 냈을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


엘리엇은 자신이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외국투자가였다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타 외국 주주들은 합병에 반대했어도 지분을 매도하지 않았다. 실제로 합병 직전 주주명부확정기 동안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지분 변화는 없었다. 주주명부확정기란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에 앞서 주주명부를 확정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매도자는 주총에 의결권을 행사하지만 매수자는 투표를 하지 못한다. 주가 하락을 이유로 합병에 반대했다면 이 기간 동안 주식을 판 뒤 반대표를 던질 수 있지만 당시 외국인투자가 지분율은 33.89%에서 33.49%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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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조계에서는 합병기준일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합병기준일은 회사가 정할 수 있는데 삼성물산 주가가 최저이고 제일모직이 최고일 시점에 정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2조원 규모의 해외 수주 착수 지시서를 받아 놓고도 합병 결정 이후 공시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이 같은 사실은 일성신약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지적한 것으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근거가 됐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삼성물산 합병에 관여한 인물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합의가 어려워 보이는 만큼 오는 7월 중순께 엘리엇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해 2~3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국제 중재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에 대한 보상은 곧 국민 혈세 유출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엘리엇 주장에 근거가 있는지, 또 실제 피해가 있었는지를 먼저 철저히 따져야 한다”며 “엘리엇이 공격적 성향이 뚜렷한데다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조치에도 능숙한 만큼 협상보다 ICSID 제소 쪽으로 기울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중재 전문가들은 엘리엇의 행동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반대를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국제 중재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의 삼성물산 합병 손해배상 요구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반대와 관련해 새로운 중재 제소를 암시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세원·안현덕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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