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재테크’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이 인기몰이를 이어가며 1·4분기 발행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ELS 발행액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4분기와 비교해도 4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해 발행액은 사상 최대였지만 재투자 규모는 오히려 줄어 일각에서 단기투자라는 우려를 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재투자 역시 늘어났다. ELS가 인기를 보이면서 ELS의 단점인 ‘녹인(Knock - In·원금손실기준)’을 보완한 ELS 펀드도 재테크 ‘틈새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발행된 ELS 규모(공모·사모 포함)는 23조4,17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조8,922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지난 3월에는 한 달 발행액이 9조원에 육박하며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4월에도 발행액이 7조원 가까이 모인 것을 고려하면 ELS 인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ELS 시장으로 돈이 더욱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미국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종가가 전일 대비 1% 이상 움직인 날은 약 30일로 지난해 10일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증시가 변동성을 띠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높아진 변동성을 활용하면서도 어느 정도 안전장치를 담보할 수 있는 상품인 ELS로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
올 들어서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H지수는 지난 2015년 4월 1만4,801까지 치솟았으나 2016년 2월 채 1년도 안 돼 7,505선으로 반토막 났다. 당시 37조원에 달하는 해당 지수를 포함하는 ELS 투자액 가운데 3조 원 이상이 녹인 구간에 진입하는 등 문제가 돼 규제를 받았다. H지수 급락을 경험한 이후 변동성 높은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포함하지 못하면서 ELS가 보장하는 수익률도 떨어졌다. 올 들어 1월에는 H지수가 1만3,962선까지 다시 회복돼 관련 규제가 해소됐다. 그 결과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하는 ELS 상품들은 다시 연 8% 수준의 높은 수익을 제공하면서 자금 몰이에도 성공했다.
ELS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ELS 펀드 시장도 재테크 ‘블루오션’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ELS 펀드는 ELS 투자 시 가장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낙인조건 옵션을 없앤 상품으로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자산 투자 위험을 피하면서도 예금 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은 점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ELS는 지수 변동에 따라 보통 만기인 3년까지 마지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되지만 ELS 펀드는 이 손실 우려를 없앤 상품이다. ELS 펀드는 은행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원하면서도 원금손실 리스크는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중·고령층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보이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코스피가 랠리를 이어가는데다 올해는 코스피뿐 아니라 ELS의 주요 기초 자산인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HSCEI)까지 변동성 장세를 보이면서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있는 고객층 사이에서 인기를 보이고 있다”며 “ELS의 원금손실구조를 우려하는 동시에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어 앞으로도 ELS 펀드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LS 펀드를 지난 2014년부터 내놓은 전통 강호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다. 한투운용은 3개 이상의 지수로 20개 정도의 조합을, 삼성운용은 HSCEI와 유로스톡스(EuroStoxx) 2개 지수만으로 13개의 조합을 만들어 운용하며 수위를 다툰다. 한투운용은 규모 면에서 설정액 495억원을 굴리며 국내 ELS 펀드 시장에서 설정액 기준 1위를 기록한다. 수익률 역시 1년 3.30%, 2년 33.36%로 여느 펀드 부럽지 않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삼성ELS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역시 설정액이 329억원을 넘어섰다. 이 펀드는 1년 8.41%, 2년 43.41%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서재영 한투운용 투자솔루션본부 펀드매니저는 “변동성을 낮춰 투자자가 체감하는 위험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노력 중이다”며 “단일 ELS 투자보다 지역분산 등 다양한 장점을 보완한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변동성 장세에서 ELS가 안전판을 갖춘 고금리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올해 H지수과 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만큼 주의도 필요하다. 지난 2015년과 같은 지수 급락이 발생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ELS 투자 시에도 H지수를 포함해서 다양한 기초자산에 연계된 ELS에 골고루 투자할 것을 권한다. 운용사 관계자는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으나 실제 지수는 제자리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변동성에서는 ELS 투자에 나설 만하다”며 “다만 위험을 줄이기 위해 리자드(도마뱀)형 ELS 등의 안전장치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