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탠트럼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국내 증시가 고전하고 있다. 증시가 외부 변수에 의해 흔들릴때는 역시 실적투자가 대안이다. 시장을 길게 보고 올해 실적상승세가 이어지는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 올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업종이 실적 장세를 이끌고 금리 인상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업종, 한중 관계 개선에 따라 미래가 기대되는 중국 소비주도 상승세가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주의 실적은 비관론을 펼치던 모건스탠리마저 돌아서게 했다.
코스피 지수는 5월 들어 고전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시장에 온기로 작용하면서 2,500선을 돌파한 지난달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특히 외국인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6거래일 동안 8,134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자금 유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하고 터키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닥친 신흥국 경제 불안이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당분가 글로벌 증시라는 큰 차원에서 투자심리가 냉각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실적이 당분간 증시의 ‘믿을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북 긴장 관계 완화로 밸류에이션 팽창에만 의지해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경계하고 실적개선 기대감이 큼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 움직임이 부진했던 기회에서 투자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기업이익은 연초 대비 기대치가 낮아지긴 했지만 올해에도 순항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보다 17.2%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설 연구원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이 높은 반도체, 은행 등이 지난 1·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장 전체로는 연초 대비 낮아진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고 있다”며 “조선, 디스플레이, 유틸리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2·4분기 실적개선 기대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IT 업종이 실적 장세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보다 23.7%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1·4분기 매출액 60조 5,600억원, 영업이익 15조 6,4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쓴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매출액 256조 6,071억원, 영업이익 65조 331억원이라는 압도적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등주인 SK하이닉스도 올해 연간 매출액 40조 1,569억원, 영업이익 19조 9,568억원으로 실적 기대감이 높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조가 두 회사 호실적의 바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호조 등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올해 상저하고 패턴을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IT업종 실적 개선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발 기준 금리 인상에 최고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도 실적 장세에서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은행 업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보다 13.25%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 달 12~13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할 것이 유력한 상황인데 이 경우 국내 시중금리도 올라 은행 예대마진 개선이 유력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종도 올해 영업이익이 21.71%로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으로 증시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4분기까지 부진했지만 향후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높은 업종은 중국 소비주다. 특히 최근 한국-중국 관계가 본격적인 회복 분위기를 보이면서 화장품,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 관련 업종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통업종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28.41%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전쟁에 따른 협상으로 중국 시장 개방 및 위안화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소비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에 기인했던 기저효과들이 회복되기 시작한다는 시기적 특성까지 고려하면 중국 소비 관련주에 대한 확신은 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