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혁신=해야 할 일 바로 알기

김영문 관세청장

김영문 관세청장./이호재기자.



일반적으로 혁신이라고 하면 변화, 그것도 과감한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전적으로는 그 뜻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에서는 변화에 중점을 두다 보면 중요한 점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혁신의 목적은 변화가 아니라 일을 잘하는 것이다. 혁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다음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 조건하에서 해야 할 일을 가장 잘할 방안을 강구하고 그 방안이 기존에 해오던 방식과 같다면 그대로 하되 만약 다르다면 과감히 바꾸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혁신이다. 정상적인 행정을 해온 기관이라면 사실 70% 이상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바로 파악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10년 이상 관세청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신속 통관’이었다. 수출입을 장려하기 위해 통관 단계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세청의 가장 중요한 행정목표였다. 관세청은 관세법에 근거한 조직이다 보니 세금징수기관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연간 관세 규모는 57조원으로 국가 전체 세수의 22%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관세청은 신속 통관을 위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것이 목적이라면 통관 절차를 없애면 될 일이다. 또 세금징수기관의 성격도 많이 약화했다. 수출입허가제를 유지하던 시절에는 국가세수기관으로의 역할도 중요했겠지만 현재 관세의 부과 목적은 세수 확보가 아닌 국가산업 정책적 차원에서의 고려, 즉 기반산업이나 유치산업 보호의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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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기관이나 조직 또는 개인이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만기친람형의 리더를 많이 본다. 그러나 리더가 모든 일을 다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아니 리더는 실제 그 업무에 관해 가장 많이, 가장 잘 아는 사람일 필요도 없다.

리더는 조직의 방향성과 문화를 설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선 그 조직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그 일을 잘해나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면 되는 사람이다.

리더를 배의 선장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선장은 고개를 틀어박고 선원들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을 바로 하는지를 항상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개를 들고 배가 산으로 가지는 않는지, 앞에 장애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면서 한 번씩 고개를 숙여 지쳐 쓰러진 선원은 없는지, 서로 싸우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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