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시의 임대아파트인 A아파트(전용면적 60㎡)는 2016년 말 분양 전환 당시 실거래가격이 1억7,000만원이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분양 전환 가격은 1억85만원에 불과했다. 임대아파트의 경우 표준건축비를 기반으로 책정한 분양 전환가 법적 상한선이 있어 이 가격(1억85만원)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산술평균인 분양전환 가능 금액이 1억2,000만원이었지만 이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었다. 건설사가 임대에서 분양으로 전환하면 일반적으로 목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A아파트를 소유한 건설사는 오히려 가구당 약 2,000만원 가량 손해를 보고 분양 전환해야 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아파트의 사례처럼 민간 건설사가 지은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할 때 산정 기준이 되는 표준건축비 규제로 분양 전환 시 건설사들이 손실을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표준건축비란 집을 지을 때 드는 건설비용의 원가를 산출한 것으로 1989년 처음 고시한 이래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정해 고시한다. 이는 사업자가 분양 전환 과정에서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부에서 이를 인상하는데 지나치게 인색했던 탓에 사업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단 분석이다.
실제 표준건축비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단 두 차례 인상에 그쳤다. 2008년 12월 15.1% 인상된 후 7년 6개월 만의 조정이 있던 지난 2016년 6월에는 5% 인상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말 부터 2016년말까지 소비자 물가지수는 17%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임금, 자재, 장비투입 등의 가격은 24.3% 상승했다. 20%가 넘는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표준건축비는 5% 인상에 그친 것이다.
문제는 민간건설사들의 공공임대 참여를 막는 이 같은 규제로 결국 공급이 줄면서 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권성문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낮은 표준건축비와 인상지연으로 인한 사업의 수익성 저하는 임대사업자의 사업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결국 임대사업자의 신규임대사업을 지연시키고 임대주택공급 활성화가 저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자체의 경우 직접 개발한 택지를 활용하여 5년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기 때문에 수도권 및 대도시에 공급이 가능하나 민간의 경우 대도시권의 토지 가격이 높기 때문에 땅값이 싼 지방에 집중해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만약 민간건설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꺼린다면 지방 지역의 주거안정에 특히나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공적주택 100만호 공급 목표 성공을 위해서라도 표준건축비를 현실화 해야한다고 말한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정부에 여러 차례 이 같은 내용을 건의했으나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 주요 공약인 공적임대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민간 참여가 중요한데 적어도 물가상승률 만큼은 표준건축비가 인상되는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