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파이낸셜포커스] 中안방보험 믿고 저축성보험 공격영업…IFRS17 적용되면 '부실 부메랑' 될 판

[몸집 불린 동양·ABL생명 '빨간불']

보험 부채를 원가 아닌 시가 평가

RBC 안정적이지만 제도 도입땐

동양 1조, ABL 5,000억 수혈해야

매물 나와도 주인찾기 어려울 듯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대주주의 자본확충 약속만 믿고 공격적으로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직접 경영 중인 중국 정부가 해외 금융 자회사 처분에 나서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저축성보험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 부채를 원가 아닌 시가 평가


RBC 안정적이지만 제도 도입땐

동양 1조·ABL 5,000억 수혈해야

매물 나와도 주인찾기 어려울 듯


1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각각 지난 2015년 6월과 2016년 말 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리며 외형성장을 추구하는 유사한 전략을 추구해왔다. 동양생명의 경우 2015년 1,257억원이던 방카슈랑스를 통한 초회보험료 실적이 2016년 2조2,737억원으로 스무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조911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안방보험 인수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열 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방카슈랑스 채널로 판매되는 상품은 대부분이 저축성보험이다. ABL생명 역시 2016년에는 400만원에 불과해 전무하다시피했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지난해에는 무려 9,128억원으로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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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2015년 22조5,709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0조2736억원으로 34% 늘어나면서 총자산 기준 생명보험 업계 내 순위도 9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ABL생명 총자산 역시 16조6,510억원에서 18조5,955억원으로 12% 늘었다.

이들의 행보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는 다른 생명보험사들과는 대조를 보인다. 생보사들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실제로 생보 업계 전체로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실적은 2015년 9조1,593억원에서 지난해 5조2,156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안방보험이 지난해 약속대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유상증자를 단행해 이들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높아졌지만 문제는 안방보험이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 자산 매각 압력을 받고 있어 추가 자본확충이 요원해졌다는 점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지금껏 해온 저축성보험 판매 확대를 통한 외형성장 전략을 유지할 경우 현재의 양호한 RBC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 ABL생명의 경우 올해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단기간 저축성보험 판매가 급증했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ABL생명은 “금감원 권고에 따라 변액·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으로부터 5,283억원을 수혈받아 2016년 말 182.02%던 RBC가 지난해 말 211.25%로 높아졌다. 3,082억원을 지원받은 ABL생명도 같은 기간 RBC가 210.83%에서 249.09%로 올라갔다. RBC는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동양생명은 약 1조원, ABL생명은 5,000억원가량의 자본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본확충 중단을 넘어 이들에 대한 매각에 나설 경우 새로운 주인 찾기에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우량 매물로 꼽히는 ING생명까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상태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몸값을 아무리 낮춰도 관심을 보이는 인수자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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