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급여 갖고 여론재판 하나"…금융권, 고액 성과급 공시에 반기

美·英도 주요 임원·직무만 공개

보수체계 무시, 황제연봉 초점

업계 기본급 낮고 성과급 높아

개인정보 침해·위화감 조성 우려

성과보수 총액이 2억원 이상일 경우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권이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 등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13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권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 중 이 같은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임직원 보수 공시 강화 방안은 업계에 대한 불신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개개인에 대한 정보 보호에도 역행한다”며 “투명성을 빌미로 여론재판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연봉 5억원 이상 또는 성과보수 총액 2억원 이상인 금융회사 임직원의 경우 보수 총액을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도록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성과급 및 보수 인하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도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들어왔고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5억원 이상 고액연봉을 받을 경우 공시를 하고 있지만 법 개정을 통해 성과급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투자 업계와 은행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컸다. 민간 회사가 실적 증대에 따라 성과를 나누는 것을 개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과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금도 공시되는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나 등기임원 보수 총액만으로도 부정적인 여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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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2억원이 넘는다고 해도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수령액과는 차이가 큰데 과하게 챙겨간다는 부정적 이미지만 줄 것”이라며 “자본주의 논리에 역행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어떻게 경쟁력이 생길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등기임원이나 주요 직무만 연봉 세부명세를 공시하는데 자칫 개인 소득이 노출돼 위화감이나 적대감을 조성하고 신뢰감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상대적으로 성과급이 큰 증권 업계에서는 대형 증권사 임원들이 대부분 포함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본급이 낮은 반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 비중이 높은 증권사 등 금융투자 업계의 보수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의 경우 10명 이상의 보수를 개별 공시하게 된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인력 양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부 지침과 규정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것인데 공개될 경우 성과에 비해 과도한 연봉을 챙긴다는 불신으로 ‘황제 연봉’ 얘기가 나오거나 영업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현장과의 소통 없이 무리하게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 중 사외이사 연임 시 외부평가 의무화, 임원 보상계획에 대한 주주총회 심의 의무화 건에는 반대하고 감사위원의 타 위원회 겸직 금지안에 대해서는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황정원·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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