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니켈광산 암바토비를 가다] ‘순도 99.8% 니켈’이 하루에 수십톤씩…“2020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

마다가스카르 토아마시나에 위치한 암바토비 플랜트 전경. 암바토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광물인 니켈과 코발트를 생산한다. /서민준기자마다가스카르 토아마시나에 위치한 암바토비 플랜트 전경. 암바토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광물인 니켈과 코발트를 생산한다. /서민준기자



아프리카 대륙의 동남부에 위치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흡사 우리나라의 1960년대를 보는 듯했다.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의 거리엔 먼지를 뒤집어쓴 채 신발도 없이 걷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안 돼 차를 타고 가면 수시로 덜컹거렸다. 차창 너머엔 이곳 말로 ‘푸시푸시’, 소위 인력거를 끄는 사람이 숨을 헐떡이며 페달을 밟고 있었다.

수도에서 몇 시간을 더 이동해 항구도시 토아마시나에 도착하자 풍경이 조금씩 달라졌다. 포장이 잘된 도로가 나왔고 운송수단은 푸시푸시보다 개량된 ‘오토바이 택시’ 비중이 늘었다. 한국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공장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줄을 지은 공장들은 노란색 불빛으로 어두워진 하늘을 밝히고 있었고 굴뚝에선 수증기를 힘차게 뿜어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여기가 바로 암바토비”라고 말했다.


암바토비는 한국의 첫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사업이다. 희소금속인 니켈과 코발트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니켈과 코발트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주원료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광물로 꼽혀 주요 선진국은 치열한 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

이곳 광산엔 약 1억9,000만톤의 니켈이 매장돼 있다. 23년간 캐낼 수 있는 양이다. 2006년 광산 개발이 시작됐고 2012년 생산을 개시했다. 2013년엔 2만5,000톤이었던 니켈 생산량은 2015년 4만7,000톤까지 늘어 그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암바토비의 니켈은 순도가 99.8%에 이를 정도로 고품질이어서 가치가 더 높다”고 말했다. 광물자원공사와 STX 등 한국컨소시엄은 암바토비 프로젝트의 2대 주주(지분 27.5%)로 사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날이 밝은 후 현장을 찾으니 플랜트의 위용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니켈·코발트 정련소와 제련소는 건물 하나하나가 웬만한 공장 크기였고 플랜트 한 켠엔 5층 건물 높이로 황산과 석탄, 석회석 등이 쌓여 있었다. 플랜트는 제반시설을 합해 100만평 규모. 여의도의 1.2배 규모다.



광산에 가니 사람 키의 4배가 넘는 대형 굴착기들이 니켈을 쉼 없이 캐고 나르고 있었다. 광산 관계자는 “굴착기 한 대만 50억원 정도인데 국내 광산에선 보기 힘든 장비”라고 전했다. 최대 100톤을 실을 수 있는 777트럭도 22대나 됐다.


광산 운영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효율화한 ‘디스패치 컨트롤 룸’도 암바토비의 자랑 중 하나다. 일종의 관제실인 컨트롤 룸에선 광산 중장비들의 동선과 운반량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작업을 최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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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바토비의 특이한 점은 운영에 필요한 전기와 황산을 직접 공급한다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산업 인프라가 열악해 원재료를 자급하는 것이다. 전기 발전은 한국의 한전KPS가 책임지고 있다. 암바토비 황산공장은 200만톤 생산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황산 공장이라고 한다. 박상정 암바토비 광물자원공사 주주 대표는 “최초 투자비는 많이 들었지만 원료 공급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강해지는 구조인 셈이다.

셰릿·스미토모 등 세계적인 기업이 참여하면서 암바토비는 운영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해용 한전KPS 암바토비사업소장은 “작은 의사결정도 객관적인 데이터와 수많은 토론을 통해 치밀하게 검토한 뒤 결론을 내고 한국에서는 소홀히 하는 안전과 환경문제 관리도 철저해서 우리도 여기 와서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일례로 암바토비 플랜트 정문 앞에서는 매일 ‘알코올 검사’를 하는데 전날 술을 많이 마셔 일정 기준 이상의 수치가 나온 직원은 즉시 짐을 싸서 나가야 한다. 코이치로 야자키 스미토모 주주 대표는 “암바토비의 최대 장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 능력”이라며 “프로젝트 성공을 믿는 이유”라고 밝혔다.



지금은 운영이 안정됐지만 고난의 시절도 있었다. 생산 개시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2년이나 늦었다. 현지 내 산업 기반이 예상보다도 열악했고 동떨어진 섬에 위치한 탓에 건설 자재 조달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투자비는 더 늘어나는데 수익을 제때 못 내니 손실이 커졌다. 한국에서는 ‘부실투자’라는 비판 여론이 커진 것도 이 때문. 2014년 상업생산을 개시하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다. 그해 매출액은 6억4,300만달러(약 6,900억원)에 이르렀다. 안심도 잠시였다. 니켈 가격 하락이 덮쳤다. 2014년 톤당 1만6,500달러였던 니켈 가격은 2016년 9,400달러까지 떨어졌다. 여기에다 2016년과 지난해 암바토비 플랜트 내의 황산 공장 지붕이 무너지는 등 사고마저 발생해 생산량도 감소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어느 광업 프로젝트나 돌발변수가 생기기 마련인데 암바토비는 한창 치고 올라갈 때 악재가 터져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물론 지난해 말부터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고 중국의 중저가 니켈선철 공급이 줄면서 니켈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니켈 가격은 지난해 3·4분기 1만500달러에서 올 1·4분기 1만2,100달러까지 상승했다. 코발트 가격 역시 올해 들어 지난해 초보다 4배나 급증했다.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우드맥킨지는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수요만 올해 3만톤에서 오는 2022년 40만~90만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니켈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리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암바토비는 올 하반기 황산 공장 보수작업이 일단락되면 생산도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도 역대 최고인 8억3,000만달러(약 9,000억원)로 정했다. 2020년에는 10억200달러(1조800억원)로 매출 1조원을 넘기고 영업이익도 첫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희망이 커지고 있지만 광물자원공사 직원들은 마음껏 웃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공사의 적자경영이 심각하다는 이유 등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전부 철수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공사 전반적인 경영 상태가 나빠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잠재성이 큰 암바토비는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아마시나=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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