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자원·에너지빅뱅...갈림길 선 한국] 글로벌 기업들 니켈·코발트 쟁탈전 치열...가격마저 치솟아

4차산업혁명·전기차 시대 맞아

니켈·코발트 블랙홀 中 수입 급증

폭스바겐·애플 등도 공급처 물색

공급 부족에 코발트값 2년새 4배↑

니켈도 2024년 2배로 급등 전망

마다가스카르 모라망가에 있는 암바토비 광산에서 대형 트럭들이 채광된 니켈을 싣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광물자원공사마다가스카르 모라망가에 있는 암바토비 광산에서 대형 트럭들이 채광된 니켈을 싣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광물자원공사



지난해 10월 중국 최대 비철금속 및 희소금속 제련기업인 진촨그룹은 연산 3만톤 규모의 팡청강 제련소를 새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새해 들어서는 황산니켈 생산계획도 7만톤으로 늘려 잡았다. 지난 2017년 생산량이 4만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75% 늘어난 수준이다. 8만톤 수준인 우리나라 니켈 수요량의 두 배가량인 15만톤을 생산하는 진촨그룹은 오는 2020년 니켈 연산 능력을 3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진촨그룹의 공격적 생산계획의 배경에는 전기차가 있었다. 지난해 70만대 수준이던 중국 전기차 생산은 올해 100만대까지 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올해 1월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은 4만567대로 전년과 비교해 488% 증가했다. 중국이 니켈의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13일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올 1월 중국은 니켈 광석을 209만톤 수입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92% 증가했다. 2월 증가량도 전년 동월 대비 41%에 달한다.


중국이 빨아들이는 것은 니켈뿐만이 아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핵심원료인 코발트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 생산되는 코발트의 94%를 수입한다. DR콩고는 전 세계에 공급되는 코발트의 약 63%를 생산하는 국가다. 코발트 생산 1위 회사인 스위스 글렌코어의 이반 글라센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월 “중국이 이미 대부분의 공급 체인을 장악했다”고 말한 바 있다.

코발트는 2016년 기준 전체 수요량 10만9,000톤 중 41%가 이차전지용으로 쓰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전체 생산량의 75%를 소비한다.

중국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과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기업은 니켈·코발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22년까지 340억유로(약 43조원)를 쏟아부어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0월 전기차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핵심재료인 코발트의 장기 공급선 확보를 위해 업체들과 계약에 나섰지만 장기 공급계약에 실패했다. 12월에도 글렌코어 등을 불러놓고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미국 애플도 아이폰 등에 쓰이는 배터리용 양극재 재료인 코발트 확보를 위해 돈을 싸들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올 초부터 DR콩고 등 아프리카 일대의 광산 업체들과 잇따라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내전지역에서 반군의 자금원이 되는 광물을 ‘분쟁광물’로 지정해 유통을 막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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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코발트 등의 핵심광물을 놓고 벌어지는 이른바 ‘글로벌 쟁탈전’은 공급 부족이 원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니켈 수요량은 24만7,742톤, 공급은 이보다 3만8,401톤이 부족한 20만9,341톤이었다. 2021년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없어서 못 파는 상황에서는 가격도 자연스레 오를 수밖에 없다. 2016년 1톤당 9,608달러던 니켈 가격은 지난해 1만411달러까지 치고 올라왔다. 영국 에너지 산업 컨설팅 업체인 우드맥킨지는 2024년 니켈의 톤당 가격이 2만7,999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코발트의 급등세는 더 가파르다. 2015년 1㎏당 24달러에 불과했던 코발트의 가격은 2018년 3월 말 기준 95.6달러까지 치솟아 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각에서는 과거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니켈·코발트 쇼크’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이차전지 배터리 업계 대표들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배터리 핵심원료에 대한 수급대책을 호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 3월 해외 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의 권고를 받아들여 우리나라 유일의 니켈 해외 광구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을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암바토비가 이미 국내에 상당한 양의 니켈을 공급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매각 결정은 더 아쉽다는 지적이다. 암바토비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4만500톤의 니켈을 국내에 공급했다. 연간 공급량은 국내 니켈 수요의 10%를 웃돈다. 특히 한국에 파는 니켈은 다른 나라보다 조금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가 포함된 한국컨소시엄이 암바토비에서 생산된 니켈 50%를 처분할 수 있는 ‘오프테이크’ 권리를 갖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암바토비 철수가 확정되면 우리 기업들로서는 싸고 안정적인 공급처를 잃게 된다.

코발트 역시 포기하기 아깝다는 평가가 많다. 박상정 광물자원공사 암바토비 주주 대표는 “세계 코발트 생산의 절반이 넘는 콩고산 코발트가 아동 노동력 착취 등 문제로 생산·판매가 제한되는 추세여서 암바토비와 같은 ‘그린 코발트’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튜어트 맥너톤 암바토비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는 “암바토비는 세계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춘 광산으로 평가받는 곳”이라며 “사업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훈·박형윤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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