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경이 만난 사람] 박경민 해경청장 "남북 공동어로수역 만들면 中 불법조업 원천 차단 가능"

中어로 독무대 NLL서 남북공동경비로 어선접근·포획 막을 수 있어

구조용헬기 41대로 늘리고 울릉도·독도 지킬 대형함정도 도입 계획

해경 재창립은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체질개선 위해 혼신 다할 것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내놓은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 우리 어민들은 연평도와 소·대청도 남측, 백령도 좌측 등 정해진 어장에서만 조업했다. NLL 인근은 더했다. 남북 대치로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이곳 꽃게는 오롯이 중국 어선이 차지했다. 우리 어선을 보호하고 중국의 불법조업을 막아야 할 해양경찰도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경민(사진) 해양경찰청장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남북 공동어로수역이 설정돼 남북한이 서해 NLL 인근에서 공동 조업할 수 있게 되면 해경이 외곽으로 가서 불법 중국 어선의 진입을 입구에서부터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동어로수역은 해양수산부가 결정할 부분이지만 해당 구역이 만들어지면 불법 중국 어선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7월 ‘육경(육상경찰)’ 출신으로 해경 수장에 오른 박 청장과 만나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해경의 역할과 전력보강 계획, 해상안전을 위한 구조체계 개편방향 등을 들어봤다. /대담=김영필차장 susopa@sedaily.com

우선 박 청장은 공동어로수역이 우리 어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지난 5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방문해 공동어로와 평화수역 설정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돼 우리 해역에 있는 어족자원은 (남북이)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해에서 우리도 북한도 접근하지 못하는 구간이 4마일(약 6.4km) 정도 되는데 중국 어선은 거기까지 들어와요. 지금은 NLL 따라 들어오면 남북 접경해역이라 차단을 못합니다.”

이는 불법 중국 어선 단속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우리 해역을 불법 침범한 중국 어선은 2,769척에 달한다. 숫자가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어선들은 NLL과 서해를 중심으로 국내 어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박 청장은 “현장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을 늘리고 단속전담 기동전단(대형함정 4척) 운영과 서해5도 특별경비단 창설을 통해 강력한 단속활동을 벌이면서 지난해에는 중국 어선 조업질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면서도 “여전히 서해 NLL 해역의 특수성을 악용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해경은 전력보강에 힘을 쏟고 있다. 평화수역이 만들어지더라도 우리 바다 전역에서 벌어지는 불법조업을 막아내려면 그에 상응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해경은 5년 내 중국 어선에 직접 배를 댈 수 있는 400톤급 단속함정 12척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2011년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숨진 고(故) 이청호 경사, 2016년 중국 어선에 의한 해경 고속단정 침몰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모다. 1척당 300억원, 총 3,6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아직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박 청장은 “현재 중국 어선보다 크기가 작은 소형 고속단정(4.5톤)으로 단속을 벌이는 실정이라 수시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전용함정 도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상구조를 위한 전력증강을 추진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해경의 의지가 담긴 부분이다.

해경은 18대인 구조용 헬기를 오는 2031년까지 41대로 늘릴 계획이다. 해상사고에서는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에 헬기가 필수다. 41대는 우리나라 전 해상을 담당할 수 있는 최소 숫자다.


2020년에는 동해에 대형함정을 한 척 배치한다. 울릉도와 독도를 경비할 배다. 박 청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구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중장기계획을 마련하려 한다”며 “원거리나 기상 악조건에서도 구조에 나설 수 있는 대형헬기를 포함해 큰 그림의 검토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양영토 주권 수호가 해경의 주요 임무 중 하나”라며 “중국과 일본 순시선에 맞서 우리 영토에 대한 순찰일지를 기록하고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형함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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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를 없애는 것도 박 청장의 계획 가운데 하나다. ‘깡깡이’는 해경이 보유한 함정의 페인트를 벗겨 내고 그 위에 페인트를 덧바르는 함정 수선작업을 뜻하는 해경 은어다. 망치로 페인트를 뜯어낼 때 ‘깡깡’ 소리가 난다고 해서 ‘깡깡이’라고 부른다.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데 현장단속에 나섰던 현장인원들이 복귀해 함정에 직접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자괴감을 느끼겠습니까. 수리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현장인원들은 복귀하면 휴식을 취하거나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해경의 고충은 또 있다. 5개 지방청과 19개 해경서,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을 둔 해경은 정원이 1만2,530명이지만 교대근무조차 어려운 파출소가 적지 않다. 장비도 열악하다. 방한 슈트인 ‘드라이슈트’의 경우 일부 파출소에는 한 벌밖에 없다. 박 청장은 “최근 제주 회순파출소에 방문했는데 근무자가 3명밖에 없었다”며 “1명은 긴급 전화를 위해 사무실을 지켜야 하고 2명이 순찰을 나가는데 이 중 하나가 배를 몬다고 하면 임무수행은 사실상 1명밖에 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이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지만 세월호 이후 해경은 얼마나 변했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가 일어났다. 박 청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변화가 분명히 있습니다. 출동시간목표제를 도입해 훈련하니 진짜 신속해졌습니다. 물론 지난번 영흥도 낚시어선 사고 때 신속구조를 하지 못했고 출동지연이 있었는데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폭풍우가 몰아쳐도 해경이 간다고 구호는 외쳐왔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함정과 인력 보강, 조직혁신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해경은 조직혁신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조해경5개년계획(2018~2023)’이다. 재조해경이란 해경을 새로 만든다는 의미로 △인적역량 개선 △내부 시스템·프로세스 개선 △대내외 소통능력 향상을 3대 핵심전략으로 5대 목표, 26개 전략과제, 79개 세부 이행과제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해경은 해양사고 현장대응 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바다 DNA’가 있는 경감·경정급 인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실종사 수색을 위한 드론교육센터 설립과 방파제나 갯바위 사고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연안안전지수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박 청장은 “해경 재독립은 국민이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혁신의 본뜻인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감내한다’는 각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해양안전과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 청장은 현장의 어려움을 알기 위해 1월 직접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땄다. 본청 지휘부도 이에 동참했다. 그는 “국민 입장에서는 현장에 출동한 해경 직원이라면 누구든 바다에 즉각 뛰어들어 인명을 구조하는 것을 당연히 기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 직원이 최소한의 수중구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스쿠버 교육을 추진 중인데 이에 앞서 지휘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사기관리 차원에서 조직원들을 많이 챙기지 못했다”며 “해경으로서의 자긍심을 키우기 위한 일들을 많이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리=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사진제공=해양경찰청

[약력]

△1963년 전남 무안 △1981년 목포고 △1985년 경찰대 법학과, 경찰 임용 △2002년 경희대 국제환경법무대학원, 전남 보성경찰서장 △2005년 동국대 대학원 경찰행정학과, 경기 시흥경찰서장 △2007년 경찰청 생활질서과장·생활안전과장 △2012년 광주지방경찰청 차장 △2013년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2014년 경찰청 대변인 △2014년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 △2015년 전남지방경찰청장(〃) △2016년 인천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 △2017년~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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