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대형 비상장기업 직접 회계감리, '사후약방문' 금융당국

한공회도 "감리 역부족" 인정

산규모 5,000억 이상 기업

금감원에 맡기는 방안 검토

"한공회 감리시스템 개혁이

업무 분장보다 중요" 지적도

금융당국이 자산규모가 큰 대형 비상장 법인을 직접 감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비상장법인에 대한 감리는 통상적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에서 담당해 왔는데, 한공회의 업무 일부를 금융감독원에게 맡겨 회계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13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금융위가 감리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족한 ‘회계감리 선진화 추진단’은 최근 회의에서 자산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의 경우에는 한공회가 아닌 금감원이 감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논의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상장 예정 비상장 법인 중 자산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 한공회가 아닌 금감원이 감리를 맡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게 비상장법인에 대한 감리를 맡기도록 하자는 논의는 자산 5,000억원 이상의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의 회계규율을 상장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도록 한 외감법 시행령을 좀 더 다듬은 것이다. 단순히 회계규율만을 강화해서는 근본적으로 회계 부정 등을 막기 어려운 만큼, 감리를 촘촘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부 시행 규칙에는 금감원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비상장법인에 대해 감리를 할 수 있는 규정만 있고, 감리를 할 수 있는 비상장법인에 대한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만약 논의 중인 안이 현실화 할 경우 금융당국은 감리 할 수 있는 비상장법인의 자산규모 등을 규칙에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감리에 대한 기본 골격은 상장법인에 대한 감리는 금감원, 비상장법인은 한공회로 짜여 있다.

이런 골격을 변경하면서까지 금융당국이 자산규모가 큰 비상장법인에 대한 감리를 금감원에게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사실상 한공회가 가진 감리 한계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잠정 결론이 오는 17일 열리는 감리위원회 임시회의와 이후 개최되는 증권선물위, 금융위원회를 거쳐 뒤바뀔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공회의 감리 기간도 짧고 감리 수준도 촘촘하지 못한 만큼 대형 비상장 법인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감리를 하는 것이 회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련기사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를 취득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로 전환한 핵심 이유로 꼽히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를 2015년도 감리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는데, 이는 한공회가 제대로 된 감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공회도 대형 비상장 법인에 대한 감리는 부담스러운 점이 있어 금감원이 직접 감리를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상장법인 수만 2만8,000개에 이르는 상황인데, 조사 권한도 크지 않은 한공회에게 제대로 감리를 못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현재 한공회의 감리 시스템상 회계 부정 등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정밀하게 찾아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직접 비상장법인에 대한 감리를 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 감리 결과 발표 이후 일고 있는 감리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한공회와 다른 결과를 내놓자 업계 안팎에서는 정권에 맞춘 편파 감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공회의 감리와 금감원의 감리 수위가 다르지만, 한 번 문제가 없다고 밝혔던 감리 결과가 뒤바뀌면서 비난의 화살이 금감원으로 향한 셈이다. 만약 금감원이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를 진행했다면 지금처럼 큰 논란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리 업무를 금감원에 몰아 줄 경우 업무 부담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자칫 감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무 분장보다는 이번 기회에 한공회의 감리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감리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공회의 경우 제한된 인력을 가지고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면서도 “금감원에 일을 몰아주는 방향 보다는 현실적으로 감리를 받는 기관들이 한공회의 권위를 잘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번 기회에 좀 더 감리를 좀 더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회계감리 선진화 추진단’은 감리 선진화를 위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구체적인 시행안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모으면 좋은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게끔 지원해 나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