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맹점은]① 입구만 폭파땐 퍼포먼스로

② 핵물질 화학처리 없으면 복원

③ 폭파 충격, 방사능 유출 위험

④ 핵실험 증거 인멸 동참 우려

1515A06 우라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진정한 비핵화 의지로 볼 것인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실험장 갱도를 폐쇄할 때 입구만 폭파하거나 갱도 내 핵물질을 따로 화학 처리하지 않을 경우 쉽게 복원할 수 있다는 맹점이 남아 있어서다. 폭파의 충격으로 인한 방사능 물질 유출 위험도 높은데다 북한 핵실험의 증거 현장을 없애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발표한 공보에서 “핵시험장(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입구를 콘크리트로 막을 가능성이 높지만 입구부터 100m 이상을 메워야만 ‘불가역적’인 상태로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갱도 입구가 막히더라도 전체를 폭파하지 않는 한 쉽게 복원할 수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퍼포먼스’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갱도 내 남아 있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핵물질을 제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갱도를 폐쇄한다고 해도 남은 핵물질은 약간만 처리하면 다시 탄두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더 이상 쓸 수 없는 형태로 화학적 처리를 해야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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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의 핵실험으로 풍계리 주변 지반이 약해진 상태라 방사능 물질 누출 위험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핵실험으로 생긴 지름 100m 이상의 지하 동공들이 추가로 무너져 여진이나 산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폭파’ 방식으로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것은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가 부재한 상태에서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것이 불법적 핵실험의 증거 인멸 방조라는 비판도 있다. 갱도 내부에 남아 있는 핵실험 증거물들은 추후 비핵화 사찰·검증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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