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 사태가 바이오 업계 회계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 감지되는 가운데 금투업계에서도 바이오 업체 회계 가이드라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뚜렷한 지침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바이오 업체의 기업공개(IPO), 자금조달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우선 협회 역시 관련 기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은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자산운용 업계와 회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14일 취임 100일을 맞은 권용원(사진) 금투협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 사태는 바이오 업계 전체 회계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며 “17일 열리는 감리위원회 결과를 확인한 후 접근할 사안이지만 논란이 되는 바이오 업체 연구개발(R&D) 비용의 회계 처리 문제 등에 대해 업계가 공통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감리위 결과 발표 이후 국제기준과 해외 사례 등을 취합하고 업계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후 권 회장은 예상하지 못했던 이슈들에 둘러싸이며 3개월을 3년처럼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삼성증권 사태에 이어 이달 초 삼성바이오 회계 논란으로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가 출렁이며 주식시장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자본시장이 어려움에 처했지만 올해 역점 사업인 모험자본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금융투자 업계가 혁신기업의 성장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공급했다”며 “스타트업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지연되고 있는 발행어음 허가가 확대돼 모험자본의 물꼬가 터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의료·화학·정보통신업 등 혁신성을 가진 업종에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인수, 자기자본 투자(PI), 자산운용사 펀드 중 벤처기업 신주 취득 및 하이일드펀드(고수익·고위험 채권형펀드) 등을 통해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판 ‘잡스법’(JOBS ACT·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잡스법은 미국이 신생기업 지원을 위해 제정한 법으로 연 매출 10억달러 미만 기업에 대기업에 적용되는 회계 공시 기준을 면제해주고 규제는 대폭 간소화했다.
평소 ‘디지털전도사’라는 닉네임에 맞게 권 회장은 최근 금융투자 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상시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각 회사의 디지털 혁신 담당 임원이 참여하는 ‘디지털혁신협의회’를 출범했다. 금투협은 벌써 디지털 부문에서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증권사들의 블록체인컨소시엄이 지난해 10월 개발한 공동인증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첫 번째 대상은 서울 지역의 소상공인이다. 권 회장은 “금융투자협회와 금투업권 내 디지털혁신협의회를 발족하고 블록체인 기반 체인아이디(ID)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인ID는 1월 금융투자 업계가 ‘공인인증서 없는 시대’의 포문을 열기 위해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 인증 서비스다. 금투협은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을 소상공인협동조합에 제공해 기존 카드로 결제하던 시스템을 블록체인을 통해 결제해 수수료 등을 대거 낮출 수 있다. 첫 적용처는 영동포소상공인협동조합이다. 아울러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세제 개선안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권 회장은 “해외 주식을 직접 매수하거나 해외펀드로 투자했을 경우 동일한 투자행위임에도 세율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며 “상품 간 조세 중립성이 훼손되는 측면도 있고 과세 체계가 점차 복잡해지고 있어 금융투자 업계의 합리적 과세를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리·서지혜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