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의 수사 가운데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연 ‘드루킹’ 김동원씨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건이다. 드루킹 사건은 댓글 조작과 정권 실세 연루 의혹이, 조 전 전무 사건은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이 핵심이다.
두 사건 모두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태도는 사뭇 대조적이다.
먼저 사건 관련자의 휴대폰 확보 여부다. 지난달 17일 조 전 전무를 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경찰은 바로 다음 날 광고대행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휴대폰에 저장된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그다음 날에는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해 조 전 전무의 업무용·개인용 휴대폰 2대를 확보했다.
반면 드루킹 사건에 관련된 휴대폰 확보 및 조사는 더디기만 하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드루킹 일당의 휴대폰 170여대 가운데 130여대를 분석도 하지 않고 검찰에 넘겼다가 논란이 일자 되돌려받았다. 무엇보다 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휴대폰 및 통신 기록은 지금까지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지난 3월21일 드루킹을 긴급체포한 경찰은 한 달이 지난 4월24일에야 김 의원의 통신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이마저도 부실하게 신청해 검찰이 영장을 기각했고 이후 재신청도 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드루킹 일당을 체포한 지 50일이 지나도록 의혹을 풀 핵심 증거인 김 의원의 휴대폰과 통화 내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추가 의혹에 대한 조사도 극과 극이다. 조 전 전무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밀수·탈세 의혹, 필리핀인 가정부 불법 고용 의혹 등이 직원들에 의해 잇따라 폭로됐다. 이에 법무부와 검찰·경찰·관세청 등 수사기관이 총동원돼 한진 오너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 및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의 경우 드루킹 측의 김 의원 후원금 전달, 대선 전 댓글 조작 등 추가 의혹이 속속 제기되지만 경찰은 여전히 강제 수사에 소극적이다.
이 같은 차이는 수사당국이 권력과 여론의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일단 조 전 전무 사건의 경우 정부가 재벌 개혁을 외치고 있고 대기업 오너의 갑질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센 만큼 수사 강도를 높일수록 득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반면 드루킹 수사는 현 정권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권 실세의 혐의를 파헤쳐야 한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당국이 권력과 여론의 눈치를 보는 한 공정한 수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도입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