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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법남녀’ 첫방] 정재영X정유미, 아직 어색한 공조…한국판CSI 가능할까

/사진=HB엔터테인먼트/사진=HB엔터테인먼트



‘검법남녀’는 한국판 CSI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4일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검법남녀’(극본 민지은, 연출 노도철) 첫 회에서는 법의관 백범(정재영 분)과 초임검사 은솔(정유미 분)의 극과 극 수사 방식이 그려졌다.


국과수 10년차 법의관 백범은 까칠하고 깐깐하기로 유명했다. “법의관이란 죽은 자와 대화를 하는 마법사”라고 소신을 드러내는 그는 시신을 부검하고 거기에서 나온 단서를 토대로 모든 정황을 설명하는 완벽주의였다.

그런가하면 금수저 출신 검사 은솔은 촉과 감성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타입. 가사도우미가 피해자 생전에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감정에 호소해 결국 증인석까지 데려왔다. 때문에 시신을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아 건드리는 등 백범과는 스타일이 너무나도 달라 사사건건 트러블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사망했고, 진범이 모두의 예상대로 남편일까 하는 의문에 초점이 맞춰졌다. 남편 측에서는 평소 가정폭력을 해왔던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직접적 사인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CCTV 등으로 확인되는 알리바이도 있었다.

게다가 남편은 유력 국회의원의 아들. 명예도 재력도 어마어마한 집안이었다. 소위 ‘갑질’이 가능한 용의자였던 것. 조사를 받던 중에도 고급 초밥 세트를 먹고 커피까지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여줬다. 만약 은솔이 이번 재판에서 지게 될 경우, 명예훼손과 정신적·물질적 손해배상은 물론 검사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도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은솔은 남편이 범인이라는 생각으로 구속기소를 요청, 결국 그를 재판장에까지 세웠다. 그러나 백범의 부검감정서는 달랐다. 그는 아내의 죽음을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고성 사망, 즉 사고사로 판단했다. 아내가 먹던 약과 무좀약이 서로 병용금지 약물인데 이를 같이 먹어 몸 안에서 독이 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두 사람은 법정에서 각자의 상대편에 섰다. 백범은 변호사의 “피해자의 죽음과 검사가 주장하는 폭행 관련이 있냐”고 물었고, 백범은 “아니오. 폭행에 의한 사망이 아니다”라고 대답하며 은솔과의 대립이 이어질 것을 예상케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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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법남녀’는 죽음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완벽주의에 까칠한 부검의와 허당미 가득한 금수저 초임 검사의 공조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만큼 정재영과 정유미의 역할이 컸다.

정재영은 실제 10년차 법의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했다. 부검대 위에 누워있다 동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항상 바빠 제대로 끼니를 때울 시간도 없지만 그러면서도 자기 일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널한 태도와 소신을 갖고 있는 법의관이었다.

정유미는 그와 정반대 지점에 서있는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초임검사 특유의 열정과 패기를 발랄하게 그려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인물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다. 특히 과학이나 논리에 바탕을 둔 수사가 아닌 촉과 감성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노도철 PD가 앞서 시즌제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던 만큼,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물들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그려질 필요가 보였다. 그러나 정재영이 든든하게 축을 잡고 있는 만큼 정유미가 조금만 더 자신의 몫을 해준다면 반등할 기회는 충분하다.

‘검법남녀’는 앞서 미국드라마 ‘CSI’와 비교되기도 했다. 의학과 과학, 수사가 접목됐다는 점과 매주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며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이 그랬다. ‘CSI’처럼 오래 사랑받는 시즌제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과 비슷한 사건 구성과 이를 해결함에 있어 보다 세심한 수사 과정의 묘사가 필요해 보인다.

전작 ‘위대한 유혹자’의 후광을 거의 받지 못한 ‘검법남녀’는 4.5%, 4.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최근 MBC 드라마 성적과 비교하면 성공적인 출발이다. 아직은 월화극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3사 중 유일한 장르물이라는 특징을 살려 MBC 드라마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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