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지역서 번 이익은 지역에 돌려줄 것…자회사 역량 끌어올릴 로드맵 구상"

취임 3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출근길 인터뷰

관료출신 수장으로 막중한 책임감 느껴

올원뱅크 직접 써보니 불편 송곳 지적도

디지털 조직 전환위해 ICT인력 적극 영입

계열사 업무보고 마치면 현장경영 본격화

김광수 회장, 현장중심 경영 시작      (서울=연합뉴스) 15일 서울 서대문 농협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경영간담회에서 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당부 말을 하고 있다. 2018.5.15 [농협금융지주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은 모든 걸 조심스러워했다. ‘정통 엘리트 금융관료’나 ‘모피아 적자’ ‘비운의 황태자’ 등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수많은 수식어를 의식한 것이다. 김석동·신제윤·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쟁쟁한 모피아 선배를 잇는 부담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김광수(사진) NH농협금융 회장은 사석에서도 관료 선배이자 전임 회장의 ‘업적’을 언급하며 너무 무리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소극적이지도 않게 맡은 소명을 잘 수행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3주 차를 맞는 김 회장을 서울경제신문이 15일 만났다. 오전6시30분 출근길에서다. 얼굴은 환해 보였지만 간단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막중한 책임감’부터 언급했다. 그러나 너무 무리하게 조직을 이끌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아이패드로 그날의 주요 일정부터 확인했다. 지난주 말에는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에 가입해 송금이나 이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체험했다. 그리고 나서 업무보고를 받을 때 “올원뱅크 펀드 서비스의 경우 컴플라이언스(규정)가 많아 번거롭고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여서 이로 인해 이탈하려는 고객까지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송곳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 공백이 무색하게 핀테크나 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통찰력도 깊어 보였다. 김 회장은 “디지털 부문 발전에 있어 정보통신기술(ICT) 인력의 원활한 수급이 중요하므로 외부 인력을 적극 영입하고 이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승진 인센티브를 고려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예고했다. 김 회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업무 프로세스를 세부적으로 점검해 스마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업무 관행이 있다면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는 발언과 연장선이다. 그는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잘 정착시켜 육성한 인재의 외부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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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행시 27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맡았던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관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달 30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4년 만에 화려하게 컴백했다. 업무보고를 비롯해 각종 일정들로 빡빡한 하루를 보내면서도 현장을 찾아 소통하겠다는 게 김 회장의 철학이다. 취임식 직전에 농협은행 노조를 방문해 현장에 있는 직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은 것은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김 회장은 “계열사 업무보고를 받은 뒤 현장 경영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현장을 찾아 실무자를 자주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생명을 시작으로 이날은 은행·카드·보험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등 7개 자회사 간담회를 마치고 향후 2년 로드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영업점, 지역 현장 등을 주로 방문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내 전화는 항상 열려 있다. 지주는 군림하는 게 아니다. 언제든 애로사항을 편히 연락하라고 임직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며 열린 경영, 현장 경영을 거듭 강조했다.

지주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살아 있는 유기체인 자회사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자회사가 자기 소임을 다해야겠지만 지주는 자회사가 무얼 할 수 있나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의 경우 은행 비중이 75%에 달할 정도로 은행·비은행 간 편차가 크다. 이 때문에 김 회장도 자회사 이익을 끌어올릴 로드맵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 그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글로벌 사업은 농업을 기반으로 실물을 지원하는 농협만의 협업모델 진출방식과 해외 거점지역 중심의 진출전략을 유지할 방침이다. 중국 공소그룹과의 은행·보험 합작사 설립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는 7월부터는 미얀마법인(농협파이낸스미얀마)을 통해 미얀마 최대 기업인 투(HTOO)그룹과 손잡고 농기계 할부금융사업을 추진한다. 김 회장은 “전임 (김용환) 회장이 잘해놓아서 큰 변화 없이 지금까지 하던 정책을 계승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 확대에 대해 김 회장은 “미국의 지역재투자법 개념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운을 뗐다. 지역재투자란 특정 지역에서 예금을 받는 금융사가 해당 지역에서 번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 관련 법은 없지만 유사하게 지역 저소득층 및 중소기업 등의 대출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식으로 농협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지주사 지배구조 검사를 마쳤으니 감독당국에서 다음 절차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관료 출신으로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원활한 김 회장의 네트워크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계열사 중 수익 기여도가 두 번째인 NH투자증권이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은행과 비은행 부문 균형을 맞출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봤다.


황정원·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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