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병주고 약주는' 외국인..추락한 바이오주 다시 '사자'

신흥국 위기에 연일 '팔자' 속 셀트리온·삼바는 순매수

MSCI지수 바이오주 추가 편입도 중장기 수급에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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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쇼크에 추락했던 바이오 업종에 온기가 돌고 있다. 신흥국 위기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빠져나가는 가운데 외국인이 바이오주에 대해 매수세로 돌아서며 주가 하락 버팀목이 됐다. 저가 매수 유입에 따른 단기 호재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지수(MSCI Korea)에 바이오 종목들이 신규 편입되며 펀더멘털 불안감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다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셀트리온(068270)은 전 거래일 대비 5.1%(1만3,000원) 오른 26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27만1,500원까지 오르며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특별감리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잠정결론을 내린 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3거래일 하락 끝에 5.43%(2만원) 오른 38만8,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 0.78% 상승에 그친 삼성물산(028260) 한 종목에 불과했다. 코스피 지수도 이날 0.71%(17.57포인트) 내린 2,458.54에 마감하면서 부진했다. 간만에 바이오 종목들이 시장 평균을 압도하는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6.26%)를 비롯해 신라젠(215600)(2.42%) 등 바이오 종목들이 이날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신흥국 경제 위기에 외국인이 국내 증시 이탈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주의 상승세는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41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36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 11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 거래일 코스피 시장에서 ‘팔자세’를 보이면서 이달에만 국내 증시에서 총 9,85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량도 일 평균 1,134만5,997주로 4월까지 하루 평균 773만4,021주 대비 1.5배가량 늘리면서 향후 국내 증시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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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주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을 떠나고 있는 외국인이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바이오를 154억원 순매수했고 셀트리온을 121억원어치 사들였다. 그동안 눈치를 보던 매매패턴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MSCI Korea 지수에 바이오 종목을 신규 편입하며 패시브 자금들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MSCI는 오는 6월1일부터 MSCI Korea 지수에 한화테크윈·현대위아(011210)·SK네트웍스(001740)를 편출하고 삼성엔지니어링(028050)·펄어비스(263750)·에이치엘비(028300)·바이로메드·셀트리온제약(068760)을 신규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주목해봐야 할 점은 지수에 신규 편입된 종목들 중 바이오 업종이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수를 산출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MSCI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쇼크에 버블 논란이 일고 있는 바이오 업종을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다수 선택한 것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편입 종목 중심으로 보면 특이한 점은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상당수 편입됐다는 점”이라며 “(MSCI의 선택이) 최근 부진한 제약·바이오 부문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바이로메드(4.9%), 셀트리온제약(1.85%), 에이치엘비(0.52%) 등 신규 편입된 바이오 종목들의 주가가 모두 오르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KB증권은 종목당 1,300억~1,500억원가량의 패시브 자금 유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바이오주에 대한 일부 증권사들은 개별 종목별로 연구개발(R&D) 이슈에 따라 주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허혜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 악재와 불확실성 반영에 바이오 업종 조정이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의견 비중확대(overweight)는 유지한다”며 “주가에 악재가 이미 반영됐고 국산 의약품의 글로벌 진출 가시화 및 정부 정책이 바이오 산업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오 업종 내에서도 문제가 된 R&D 투자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높은 상위 바이오 기업들이 상승세의 주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 연구원은 “상위 제약사들이 R&D 투자 금액을 대부분 비용 처리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며 “한미약품과 제넥신의 기대 모멘텀이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바이오 업종의 최근 상승세가 저가 매수 유입에 따른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부정적 분석도 제기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바이오 선도국인 미국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정상화 사이클 재개에 관련주 부진이 장기화 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바이오 주가 하락으로 귀결되는 현 상황에서 고밸류·고성장 바이오 업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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