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장미의 내부

최금진 作

1615A38 시



- 최금진

벌레 먹은 꽃잎 몇 장만 남은


절름발이 사내는

충혈된 눈 속에서

쪼그리고 우는 여자를 꺼내놓는다

겹겹의 마음을 허벅지처럼 드러내놓고

여자는 가늘게 흔들린다

노을은 덜컹거리고

방 안까지 적조가 번진다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바로 볼 수 없도록 눈부시고,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도도하지 않았던가? 너도 나도 꽃 중의 꽃이라 부르지 않았던가? 수많은 이들이 아직도 꺼내서 읽는 일기장 속 짝사랑 아니었던가? 정녕 시인이 본 것이 그녀의 내부였을까? 붉은 것은 모두 그녀인 줄 알았더니 벌레 먹은 사내조차 있었구나? 채색이 짙어 너희 족속의 아픔을 눈치 채지 못하였구나. 웃는 얼굴 속 북받치는 가슴을 알지 못하였구나. 네 울음을 꺾어 가까운 웃음에게 선물조차 하였으니! 기쁨은 연기처럼 가뭇없고 슬픔은 물처럼 스미니, 저마다의 내부는 얼마나 깊은 것이냐. 담장 위에 다시 넘실거리는 오월들아, 서른한 날 살다가 살다가 비바람 불면 낱낱이 도망가거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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