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콩팥암 환자 70~80%는 부분절제로 기능 보전하는 게 좋아"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정교하고 빠른 로봇수술 덕분에

혈액공급 차단시간 20분이면 OK

65세 미만 5년 생존율 99.7%나

건보 적용 서둘러 선택폭 넓혀야




“콩팥암 환자의 70~80%는 종양 부위만 제거하는 부분절제술로 기능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콩팥을 전부 드러내는 의사들이 적지 않아요. 전부절제술을 받기 전에 큰 암센터에서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장은 15일 “보통 4㎝ 이하 초기 콩팥 종양과 위치 등에 따라서는 7㎝ 종양까지도 로봇수술로 부분절제술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환자들이 수술하기 쉽다거나 로봇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부담 진료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전부절제술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로봇수술에 대해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본인부담률이 높은 예비급여 포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부분절제술을 받은 콩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5세 미만이 99.7%로 전부절제술 환자(96.3%)보다 높다. 지난 2011~2015년 우리나라 콩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2.2%다.

변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의 로봇 콩팥암 수술 1,200례 중 600례 정도를 집도했다. 개인부문에서 세계 톱10에 든다. 2년 전 로봇수술기 ‘다빈치’를 만드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아시아 의료진 최초로 변 교수의 콩팥암 로봇 부분절제수술 영상을 교육용 홈페이지에 올렸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종양이 콩팥 속에 파묻혀 있는 경우 등에는 3차원(3D) 프린터로 콩팥 모형을 만들어 사전에 종양의 위치를 가늠해보고 수술 때 로봇초음파 기기를 넣어 정확도를 높인다.



부분절제술은 콩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틀어막고 종양을 제거한 뒤 소변과 피가 새어나오지 않게 남은 부분을 꿰매고 혈관을 재개통한다. 그래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허혈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이 시간이 짧을수록 콩팥 손상은 줄고 기능회복은 빨라진다.


변 교수는 “종양의 크기가 2㎝ 이하면 2~3바늘, 6~7㎝ 정도 되는 큰 종양은 10~20바늘을 꿰매는데 꼼꼼하면서도 허혈시간을 20~25분 이내로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10배 이상으로 확대된 3차원 화면, 사람의 손목처럼 움직일 수 있는 팔을 가진 수술로봇을 활용하면 속도와 정교성, 빠른 회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의사의 숙련된 술기(術技)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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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은 혈액 노폐물을 걸러주는 내몸 안의 정수기다. 노폐물 배설, 체내 수분과 소금의 평형조절, 혈관의 수축·이완을 돕는 호르몬도 생산한다. 콩팥이 고장나면 소금이 몸 안에 축적돼 소금 가마니처럼 체액량이 증가하고 동맥이 수축해 고혈압을 유발하며 고혈압은 콩팥병을 악화시킨다

2개의 콩팥 모두에 암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1개를 잃어도 1개가 남았지만 부담이 2배로 늘어 만성 콩팥병이나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혈액투석을 받아야 할 위험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개복수술은 큰 흉터와 늦은 회복기간, 복강경 수술은 로봇수술보다 정교성·신속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복강경은 로봇수술에 비해 종양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복잡하지 않은 경우에 유리하다.

변석수(오른쪽)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콩팥암 로봇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변석수(오른쪽)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콩팥암 로봇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콩팥암은 지난 2015년 국내에서 4,555명(남성 3,134명, 여성 1,421명)이 새로 발생해 전체 암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남성 콩팥암 환자는 여성의 2.2배다. 비뇨기과에서 다루는 암 중에는 전립선암(5위·1만212명), 방광암(8위·3,245명)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전체 남성 콩팥암 환자는 2만3,8624명이다. 전립선암·방광암도 로봇수술을 할 경우 신경 보존이 쉬워 요실금·발기부전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는 비율이 적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콩팥암은 흡연·고혈압·비만·혈액투석이 대표적 위험인자다. 초기엔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자각 증상이 없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옆구리 통증, 배에서 혹이 만져지면 암이 상당히 커졌거나 주변으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에 잘 반응하지 않아 치료가 쉽지 않다. 종양 크기가 4㎝ 이하면 1a 병기(病期), 4~7㎝면 1b기로 분류하는데 비율은 5% 이하지만 1기에서도 암이 전이된 경우가 있다. 특히 폐로 잘 전이된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해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게 최선이다. 변 교수는 “최근 건강검진이나 소화기 증상 때문에 콩팥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건강검진 때 복부초음파를 포함시켜 복부 장기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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