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고위급회담이 회담 당일 새벽 북한의 갑작스러운 ‘무기 연기’ 통보로 무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새벽 0시30분께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아 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15일 오전 9시를 넘긴 시각에 ‘고위급회담을 16일에 개최하자’고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우리 측에 제안한 바 있다. 이로부터 15시간여 만에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를 전달한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고위급회담 시작 시각을 채 10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었다. 북한은 16일 새벽 3시께 송고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고위급회담 중지’를 공식화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회담 일정 협의 과정에서 연합훈련을 문제 삼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맥스선더’ 훈련이 지난 11일 시작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를 문제 삼아 ‘회담 중지’를 통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일부 관측된다. 통일부는 이날 새벽 북측의 ‘회담 중지’ 통지문이 전해지자 고위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장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채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유관부처를 중심으로 북한이 갑자기 회담 중지를 밝힌 배경을 분석하며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남북관계는 물론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입장은 유관부처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고위급회담이 무기 연기됐지만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발전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기대되는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오는 23∼25일 사이에 진행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비롯해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 예정된 일정들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