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이요? 이후로 바뀐 게 뭔데요?“
2016년 강남역 유흥가 한복판의 공중화장실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 17일 2주기를 맞는다. 사회학계는 강남역 사건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misogyny·여성을 남성과 다르게 대상화·차별하는 모든 언어·행동)에 반발하기 시작해 이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까지 번졌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진행형이며 가까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은 남성들의 ‘백래시(backlash·반격)‘에 움츠러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살인·성폭력)는 총 3만270건으로, 2016년 2만7,431건보다 10% 가량 증가했다.
치안 당국은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대상 범죄를 엄단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달라진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직장인 황모(31·여)씨는 “남자들은 잘 모를테지만 공중 여자화장실에서는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과 누군가 휴지로 막아놓은 모습을 보는게 일상이다”라면서 “강남역 사건 이후 안전해지기는커녕 불안감만 커졌다”고 토로했다.
강남역 사건 이후로 여성 안전과 여성혐오 논의가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오히려 잠재돼 있던 여성혐오가 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모순도 발견됐다. 직장인 백모(29·여)씨는 ”’왜 화장 안 하느냐, 예의를 갖춰라‘ 등 여성혐오적 발언을 하던 직장 상사들은 미투 운동 이후에도 ’이것도 미투인가? 하하‘라며 조심스러워하는 척 여성혐오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깐깐한 여자‘ 이미지를 얻게 된다“고 꼬집었다. 미투 운동으로 성폭력 범죄는 물론 외모 평가도 잘못된 여성혐오라는 사실이 공통적으로 인식됐음에도 잘못된 점을 꼬집는 여성은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달 6~13일 페미니즘 발언·행동에 대한 백래시 사례를 수집하자 일주일 만에 182건의 사례가 제보된 바 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