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경기 비관론 손 들어준 시장.... "침체기 초입단계"

美10년물 금리 3.1%까지 상승

국내 채권시장 혼조세 커져

신흥국서 자금 유출 위험 증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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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큰 손들이 국내 경기 호조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금리가 3%를 돌파하며 약세 출발했으나 국내 채권금리는 이와 반대로 강세를 나타낸 것. 시장에서는 최근 발표된 경기지표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데다 미국 금리 상승이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16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bp(1bp=0.01%) 하락한 2.794%에 장을 마감했다. 오전의 경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2.828%까지 올랐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기관투자가들이 유입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전일 대비 2.7bp 내린 2.285%에 장을 마쳤으며 5년물 역시 2.7bp 하락했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 날 국채 금리 상승을 예상했다. 밤 사이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돌파하면서 국내 금리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간밤 글로벌 장기금리 지표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7.36bp 오른 3.076%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데다 차기 총재 후보마저 “올해 3~4회 인상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표 호조세도 금리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증가해 예상에 부합했고 5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20.1포인트로 예상돼 전월 수치를 넘어섰다. 5월 NAHB주택시장지수는 70p로 예상(69p)을 상회하면서 연초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물가지표가 예상을 하회 하면서 주춤했던 미국 국채금리가 경제 지표 호조를 재료로 다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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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후 들어 4,000계약 가량을 팔아치운 외국인과 달리 보험사 등 국내 시장 참가자들은 채권을 매수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경기 지표를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최근 4월 고용지표에서 취업자가 12만3,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석달 째 10만 명 대에 머무는 만큼 부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골드만삭스 역시 한국은행 금리인상 전망을 기존 7월에서 10월로 늦춰 잡는 등 국내 경기 호조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여기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은 본인의 SNS에 “여러 지표로 보아 경기는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면서 경기 비관론으로 투자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권혁상 NH투자증권 채권운용부 부장은 “5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지고 김광두 부위원장의 발언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며 “물가, 고용, 수출 등을 감안 했을 때 금리 인상에 대한 의구심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미 두 번의 금리 인상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저가 매수세도 유입됐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채권을 사지 않고 매수를 위해 대기하는 분위기”라며 “이미 두 번의 금리인상이 시장에 반영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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