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오락 영화, 블록버스터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다양한 영화, 새로운 영화들이 끊임없이 나오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이 영화산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같이 밝히면서 “손실을 두려워해선 안 되고 향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일종의 ‘공적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최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출간한 ‘한류와 문화정책’에 실린 대담에서 “발리우드 강국인 인도나 영화 수입 허가제를 적용한 중국을 제외하면 자국 영화 산업이 살아 있는 국가는 한국과 프랑스뿐”이라며 “한국 영화는 자국 시장에서 미국 영화와 경쟁하는 아주 희귀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가 표현하는 이야기와 캐릭터는 굉장히 다양하고 역동적”이라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창의력과 도전 정신이 한국 영화가 콘텐츠로서의 힘을 갖도록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공적 자금에 수익성을 따져서 버는 돈이 없다고 주머니를 닫는 건 그것 자체만으로도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전체에도 더 큰 손실을 가져다 줍니다. 새로움은 상업 영화가 아니라 독립 영화, 실험 정신, 젊은 피에 의해 수혈됩니다.”
현재 칸국제영화제 참석 차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이 감독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 영화제와 유독 인연이 깊다. 영화 ‘밀양’으로 배우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기고, 영화 ‘시’로 각본상을 받았던 이창동은 2009년에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8년 만의 신작인 ‘버닝’에 대해 “모험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이라는 소문이 자자하고 스스로 발굴하고 육성한 감독을 끝까지 지지하는 칸국제영화제의 전통을 감안하면 이창동이 또 한 번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