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험난한 비핵화 길 예고한 北의 고위급회담 취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돌연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를 빌미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맥스선더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 도전이며 고의적 군사적 도발’이라는 이유에서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미국의 ‘선 폐기 후 보상’ ‘리비아식 해법’ 주장을 강도 높게 비난한 후 “일방적인 핵 포기를 강요하려 든다면 조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미 연합훈련을 이해한다”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과 ‘완전한 비핵화’를 담은 판문점 선언만 철석같이 믿었던 한국과 미국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순항하는 듯 보였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돌발변수가 끼어든 데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북핵의 해외 반출과 사찰, 인권 문제 등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미국의 요구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고 비핵화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 정부를 건드려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추려는 속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유야 어쨌든 분명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로 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은 이날 말과 행동으로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북한의 공세 전환에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북미 정상회담이 중도에 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힘겨루기는 더 격화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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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요 회담을 앞두고 판 흔들기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우리가 그간 수없이 봐온 익숙한 모습이다. 겉으로 긍정적인 행동이 나온다고 섣불리 낙관할 것도, 험한 말이 오간다고 미리 실망할 것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흔들림 없는 원칙 아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 정상회담 진행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미국 정부와의 소통·공조도 강화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완전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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