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놓고 각각 ‘회복세’(김동연), ‘침체 국면’(김광두)라는 엇갈린 진단을 내놓으며 다시 맞붙었다. 행정부와 자문기구라는 조직 특성상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인사 간 불협화음이어서 주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부총리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경제가 침체 초입이라는 평가에 대해 “최근 3, 4월 월별 통계를 갖고 판단하기엔 성급하다”며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예로 들며 “4월 수출 감소를 두고 많이 얘기하는데 수출액 자체는 컸고 지난해 4월 수출이 특이하게 많이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다만 “2·4분기, 3·4분기가 중요하다”며 “경제 정책적으로 잘 관리해서 경기 회복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지난 14일 김 부의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경제가 침체 초입에 있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지난 11일 기재부는 5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지만 김 부의장은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가 작성한 ‘정부의 경기판단, 문제 있다’는 글에 ‘공감한다’며 정부 인식에 반론을 제기했다.
이날 김 부총리의 발언이 전해지자 김 부의장도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바로 응수했다. 그는 “경제의 구조가 현상의 추세를 결정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 부총리가 성급하다고 말한 3~4월 통계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김 부의장은 “기업인들에게 경제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분배 중심의 분위기 △창조흐름을 거스르는 규제 △노조에 치우친 힘의 균형 △생산기지 해외 이전 움직임 등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이런 부정적인 요소들이 지금의 경제 구조를 만들었고 3~4월 통계가 그 결과라는 뜻이다. 그는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타내며 “지난 1·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급감했는데 반도체 특수 사이클이 종점에 이르면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김 부의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통계가 개선되기 어렵고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침체 국면 초입’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세종=임진혁기자, 서민준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