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15일 미국으로 출국한 후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미국을 찾은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시장의 중장기 판매·생산 전략회의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미국 법인과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해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회의를 주재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 부회장이 이 같은 일정을 마친 후 다음 행선지를 뉴욕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오는 29일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인 현대모비스 임시 주총을 열흘가량 앞둔 시점에 뉴욕을 방문한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뉴욕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으로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투자은행(IB)들은 물론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본사를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딴지를 걸고 있는 엘리엇의 본사 역시 뉴욕이다. 현대차는 현지시간으로 14일부터 북미 지역에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 중이다. 자연스레 정 부회장이 직접 이들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총을 앞두고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 역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엘리엇이 공식적으로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세계 양대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잇따라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들 자문사의 의견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의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48.57%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다만 “정 부회장의 미국 출장은 일반적인 업무를 위한 일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