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크루가 러너들의 ‘소통’의 장이라면 마라톤은 러너들이 함께 벌이는 ‘축제’의 장이다. 최근 마라톤에 참여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스포츠 업계는 젊은 러너들이 함께 호흡하며 뛸 수 있는 이색 마라톤 대회를 선보이고 있다.
날씨가 풀린 지난 4월 이후 스포츠 업계는 본격적으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4월15일에는 아디다스가 주최하는 ‘마이런 부산’이 열렸다. 젊은 감성을 공략한 아디다스의 마이런 부산은 광안대교 위를 달리며 바다를 볼 수 있는 차별화된 코스를 포함시켰다. 아디다스는 최근 젊은 여성 러너들의 참가율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들만 참여할 수 있는 ‘우먼스’ 코스를 신설하며 2030 여성까지 겨냥하고 있다.
나이키도 ‘고 서울’을 개최해 총 1만3,000여명의 젊은 러너들이 참여했다. 코스는 강남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서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호돌이 광장에서 피니시 라인을 끊는 순이었다. 출발지에서는 핫 한 방송인인 박나래 등이 현장의 분위기를 돋워 젊은 러너들의 페스티벌을 연상케 했다. 뉴발란스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9월에 런온 대회와 10월 초 하프 마라톤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스포츠 업계가 2030 러너들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러닝크루를 비롯한 커뮤니티와 마라톤 행사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젊은 러너들은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후 자발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려 자연스러운 홍보까지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마라톤으로 맺어진 러너들과의 인연이 장기적으로는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최근 중장거리를 즐기는 러너들이 늘어남에 따라 레이싱화인 아디제로 라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가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이색 마라톤 대회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마라톤은 ‘나와의 싸움’이라는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함께 즐기는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의 경우 젊은 세대에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오프라인 세션을 마련해 러닝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3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됐던 ‘저스트두잇선데이(JUST DO IT SUNDAY)’ 프로그램은 마이크로닷, 이시영, 한현민 등 젊은 층에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및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러닝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마라톤 대회 이후에도 젊은 러너들의 축제는 계속된다. 휠라는 지난해 10월 개최한 ‘휠라 어쩌다 남산 한 바퀴-러닝 이벤트’가 끝난 후 자리를 옮겨 이태원 루프톱에서 ‘러닝 토크 클래스’를 마련했다. 러닝 후 50여명의 러너들이 이봉주 선수로부터 다양한 러닝 에피소드를 듣고 러닝 노하우를 전수받는 시간으로 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