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한의계, 1차의료 강화 주체 돼야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정책연구원 부원장·기획이사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정책연구원 부원장·기획이사



1차 보건의료가 이슈로 떠오른 배경에는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이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지난 2016년 국민의료비(경상의료비)는 125조여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7%에 이른다. GDP가 2008년보다 1.5배로 늘어나는 동안 국민의료비는 2배가 됐다.

의료비가 급증한 것은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가파른 증가와 만성질환화, 의료기술의 발전과 비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외래 이용, 입원, 인구 1만명당 병상 수는 OECD 국가 중 1위다. 회원국 평균의 2~2.6배나 된다. 무분별한 ‘닥터 쇼핑’과 질 관리가 되지 않는 입원·수술 등은 질 높은 1차 의료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2008~2016년 65세 미만 건강보험 적용인구의 진료비가 24조5,500억원에서 39조5,600억원으로 1.6배 늘어나는 동안 노인 진료비는 10조4,900억원에서 25조원으로 2.4배나 증가했다. 이 기간 노인인구의 비중은 9.6%에서 12.7%로, 노인 진료비 비중은 29.9%에서 38.7%로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부터 노인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폭증하는 노인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사회 보건복지 전달체계 혁신과 맞춤형 사회보장을 국정과제로 발표하고 1차 의료 영역에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커뮤니티(지역사회) 케어’는 특정 대상자에게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보건의료 서비스를 지역사회가 중심이 돼 통합적으로 제공하면서 건강관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의료개혁도 추진 중이다. 핵심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 급여화와 낮은 의료 서비스 가격(수가)을 정상화하되 비효율적인 의료 이용을 관리하고 의료기관을 기능에 맞게 재편하자는 것이다. 비효율적인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문재인 케어를 작동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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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韓醫) 의료는 전통적으로 1차 의료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포괄성·접근성·지속성·조정기능 등 1차 의료의 핵심적 속성이라고 일컬어지는 특징이 임상 현장에 녹아 있다. 당뇨병·고혈압 등 한 가지 질환에 특화된 관리양식보다는 포괄적인 1차 의료적 진료에 강점이 많을 뿐 아니라 고유의 양생요법(한의학적 건강관리) 등 일상생활 관리에 탁월한 장점이 있다. 의과(양방)의 경우 감기 환자와 근골격계 통증 환자는 각각 다른 의원에 가야 하지만 한의원에서는 한 기관에서 관리할 수 있다.

한의학을 활용해 1차 보건의료를 강화하는 것은 전략적 장점이 있다. 1차 보건의료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핵심은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하지만 양방 의료계는 1차 보건의료 강화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첫 출발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을 보이콧했고 5월 시행을 못 박은 장애인 주치의 제도 역시 표류 중이다.

여기에 한의사 활용의 필요성이 있다. 한의사들은 지역사회 1차 보건의료에서 적극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다양한 보건의료인력이 다학제 간 협력을 통해 1차 보건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대만에서는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때 한방에서 우선 도입하고 다른 영역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의계가 1차 의료 강화의 주체로 자리매김한다면 1차 보건의료 발전을 앞당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1차 보건의료 강화를 위해 한의약과 한의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국민 건강증진과 의료시스템을 합리화하는 지름길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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