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구본무 LG회장 별세]'국내1호' 휩쓸던 락희화학·금성사...160조 글로벌 LG로

■LG그룹 성장사

1대 총수 구인회 회장

공동창업주 허만정 회장에 투자받아

첫 국산 화장품 '럭키크림' 생산

2대 구자경 회장

반도체·정보통신 등 사업 확장

글로벌 기업 발돋움 토대 마련

3대 구본무 회장

국내 첫 지주사 전환 '책임경영'

매출 규모 30조서 160조로 키워




지난 1995년 2월22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고 구본무 회장은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에게서 떨리는 손으로 LG그룹기를 넘겨받았다. 당시 50세의 구본무 회장은 이렇게 취임 일성을 뗐다. “세계 초우량을 진정으로 갈구하고 오직 초우량을 목표로 삼은 강한 LG로 만듭시다.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정도경영’을 펼칩시다.”

구본무 회장의 할아버지이자 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은 공동창업주 고 허만정 회장에게 얻은 자금을 기반으로 1947년 부산 연지동에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세웠다. 락희화학은 국산 1호 화장품이자 LG의 첫 제품인 럭키크림을 생산했다. 이렇게 LG그룹이 탄생한 1947년 창업 첫해 매출은 3억원이었다.


1951년 구인회 회장은 전 재산 3억원을 탈탈 털어 플라스틱 사업에 투자했다. 1958년에는 금성사(현 LG전자)를 세워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첫 뿌리를 내렸다. 1960년대 국내 1호 합성세제·라디오·전화기·룸에어컨·선풍기·냉장고·흑백TV는 모조리 락희화학과 금성사가 휩쓸었다.

2대 구자경 명예회장을 맞은 LG는 글로벌 기업으로 커 나갔다. 구 명예회장은 교사로 일하다 아버지 부름을 받고 LG에 들어와 공장 문 여닫는 잡일부터 시작해 1970년 회장에 올랐다. 1980년대 반도체·정밀화학·정보통신 사업으로 확장해나갔다.


LG가 글로벌 기업 대열에 합류한 것은 구자경 명예회장 때부터지만 지금 LG의 사업 줄기가 형성된 건 구본무 회장 때다. 지금의 LG 사명이 탄생한 것도 구 회장 때다. 구 회장은 1995년 회장 취임 함께 럭키금성을 LG로 바꿨다. 사명 변경은 LG의 글로벌 톱브랜드로의 도약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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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뤄진 국내 최초 지주사 전환과 LS(2003년), GS(2005년) 계열분리는 LG가 복잡한 출자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각 계열사가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구 회장의 결단은 지금 LG가 전자·화학·정보통신 3대 축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배구조 재편 이후에는 전기차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장 사업 진출 등 사업 고도화에 나섰다. 그 결과 구 회장 취임 당시 5조원대에 불과했던 LG전자 매출은 현재 61조원(2017년 기준)까지 불어났다. LG화학은 국내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성장하며 미래차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구 회장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당시 정부 주도로 추진됐던 ‘반도체 빅딜’이 대표적이다. LG는 이때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에 내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LG는 2007년 발간한 창립 60주년 사사(社史)에서 당시의 아쉬움과 분노를 이렇게 적었다. “인위적 반도체 빅딜의 강제는 (중략) 한계사업 정리, 핵심역량 집중이라는 당초 취지와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구 회장은 물론 LG 역사에서 반도체 빅딜을 막지 못한 것은 회한으로 남아 있다. LG반도체가 현대에 넘어가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글로벌 컨설팅회사 ADL의 보고서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선정했다는 점 때문에 구 회장이 한동안 전경련 출입을 끊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금융업 철수도 구 회장 때 이뤄졌다. 2003년 ‘카드 사태’가 터졌다. 업계 1위 LG카드(현 신한카드)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구 회장은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주식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사실상 LG가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선언이었다. LG투자증권은 당시 금융계열사였던 LG카드·LG투신·LG선물·부민상호저축은행을 지배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후 LG카드는 신한금융그룹으로 팔려나가 신한카드에 흡수되면 금융업 진출 30여년 만에 완전 손을 뗐다.
/한재영·이종혁·김보리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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