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그룹의 정도경영 뿌리 내려
후배 기업인·국민들에 큰 귀감
유명을 달리하신 구본무 회장님의 명복을 빌며, 삼가 영전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고인(故人)이 되신 회장님은 미래를 내다보는 선경지명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글로벌 LG’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셨습니다. 구본무 회장님은 1995년 LG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실 당시 “어려울수록 투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정도(正道) 경영’의 철학을 세우고 이를 실천에 옮기셔서 후배 기업인들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셨습니다.
오래전 제가 LG그룹 직원 교육에서 강의를 할 때 정말 뜻밖에 구본무 회장님께 직접 참석해 주셨고 끝까지 경청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회장님을 처음으로 직접 뵌 것이었는데, 그 후 여러 차례 뵙게 되면서 그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회장님은 언제라도, 누구와라도, 심지어는 부하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시는 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한 번은 제가 경총 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어느 지인의 빈소에서 회장님을 뵌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조문 행렬이 참 길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고인께서는 조문 행렬의 끝에 수행비서도 대동하지 않고 차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회장님은 본인과 본인의 사업에는 매우 엄격했지만, 직원들에게는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셨던 따듯한 분이셨습니다. 지금까지도 제게는 회장님이 ‘격식’을 별로 따지지 않는 인간적인 모습을 갖고 계신 ‘진정한 리더’로 강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기며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셨던 고인의 철학이 LG그룹만의 ‘인간 존중 경영’ 문화의 토양이 되어 LG그룹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사관계가 안정된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LG그룹의 도전적인 경영 행보의 밑바탕에는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겸손과 배려, 투명성, 공정성이라는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회장님의 의지가 깔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의 ‘정도 경영’은 LG 그룹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제가 2003년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냈을 당시 일입니다. 지금은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설립이 규제 완화를 통한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발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참 풀기 어려운 규제가 첩첩이 쌓여 있었고 재벌에 대한 특혜 시비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시 회장님께서 첨단분야 투자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시고자 하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셨기 때문에 결국 성공했다고 생각됩니다. 이 사업은 지난 10년간 1만 7,000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파주 지역 인구가 80%가량 증가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은 회장님께서 강조하셨던 ‘가치 창조형 일등주의’의 대표적 사례인 동시에 회장님께서 소중히 여겨온 ‘인간 중심 경영’과 ‘노경 화합’철학이 구현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LG 그룹의 2017년 고용 규모는 12만8,000여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5,400여명이 늘어난 것이며, 우리나라 대기업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LG그룹이 가장 적극적인 것도 평소 고인이 보여주신 인간 존중의 정도 경영이 LG 그룹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고인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크나큰 슬픔에 잠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고인이 남기신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혁신 방식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우리의 혁신 목표와 과정을 하나하나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말씀을 남은 자인 우리 기업인들 모두가 깊이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회장님, 우리 모두가 당신이 남기신 눈부신 업적을 차곡차곡 기억할 것입니다. 모쪼록 이 세상에서의 아쉬움을 모두 접으시고 부디 영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