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롯데, 신동빈 회장 부재 100일] 황각규 비상경영체제, 겉으론 평온…해외사업·투자 막혀 속앓이

홈쇼핑 재승인·온라인 통합·정보통신 상장 순항에도

"辛 회장 경영일선 있을때 결정한 일, 현상유지 머물러"

印尼 유화단지 지지부진·베트남 철수說 등에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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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로 실형을 선고받은 지 100일째를 맞고 있지만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에 따른 불안감이 여전하다. 조금씩 평정심을 찾는 겉모습과 달리 미래를 위한 경영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신 회장 부재 기간이 롯데그룹의 잃어버린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가 23일로 총수 공백 100일을 맞는다.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후 롯데그룹의 가장 큰 현안은 롯데홈쇼핑에 대한 재승인 여부였다. 각종 부정 이슈에 휘말린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통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3일 롯데홈쇼핑에 대해 오는 2021년 5월27일까지 3년간 재승인하기로 하면서 한숨 돌렸다. 통상 5년간 부여받는 재승인 기간이 3년으로 줄었지만 적어도 다음 심사기간까지 시간을 벌었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 점포 21곳을 약 2,485억원에 중국 유통기업인 우마트에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이달 11일에는 리췬그룹에 74개 점포를 두고 있는 화동법인 지분 100%를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남은 롯데마트는 화중과 동북 법인 14개에 불과하다. 사실상 롯데마트 중국 사업 철수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계열사별로 굵직한 프로젝트들도 무리 없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롯데 유통계열사들은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8개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해 202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2조7,000억원 규모의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컴플렉스(HPC)’를 짓기로 했다. 특히 신 회장 부재 이후에도 롯데그룹은 지난 3월 롯데정보통신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며 지배 구조 개선 작업도 무리 없이 추진되고 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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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황각규 롯데 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가 중심을 잡고 각 사업부문(BU)장들이 현안을 챙기고 있지만 현상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발표되는 내용 역시 대부분 지난해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을 때 결정한 것들이다. 실제 유통 부문 온라인 통합은 롯데그룹이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오던 과제 중 하나며 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 건도 지난해 큰 틀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현안들이 최근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신 회장의 부재 이후 새롭게 결정된 대규모 사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수뇌부들은 서울 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 회장을 면회하기 위해 자주 들르고 있지만 경영현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얘기를 나누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회 시간도 길지 않고 공개된 장소에서 그룹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해 의논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보통 각 BU장과 계열사 대표이사, 가족들이 면회를 자주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면회 내용이 모두 기록되는 만큼 신 회장이 소위 ‘옥중 경영’을 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사업이나 투자의 경우 움직임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올해 당연히 결정돼야 하는 사안마저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사업이다. 롯데그룹의 해외 사업은 신 회장이 해외 정·재계 관계자들과의 인맥과 그들과의 신뢰를 통해 구축해왔다. 예컨대 신 회장은 한·인도네시아동반자협의회 경제계 의장이기도 하며 베트남 사업 역시 신 회장이 베트남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직접 챙겨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는 러시아 우호훈장을 받기도 했다. 실제 롯데그룹 인도네시아에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는 지난해 플랜트 기초 설계 단계에 돌입했지만 그 이후 특별한 변화가 없다. 올해 9월 초까지 기초설계가 마무리될 예정인데 적어도 상반기에 설계·구매·시공(EPC)업체 선정을 준비하는 등의 움직임이 보였어야 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 회장의 부재로 인한 불안감은 롯데그룹 외부에서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 임직원들은 물론 국내·외 파트너사까지 불안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베트남의 한 언론은 롯데마트가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베트남을 인도네시아와 함께 신 남방정책의 핵심 지역으로 삼았던 신 회장이 직접 베트남 사업을 챙기던 시절에는 생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진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겠다고 한 만큼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신 회장 부재가 계속된다면 롯데의 애초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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