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국내 생산이 지난해(317만대)보다 20만대가량 줄어든 295만대 수준으로 후퇴하고 현 구조가 개혁되지 않으면 2021년 이후에는 240만대까지 급전직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생산기반 붕괴에 따른 일자리 증발 규모도 최소 10만개에서 16만개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장문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지 간 제로섬 게임에서 패자가 되고 있다”며 “임금상승과 파업, 경직된 노사관계로 재고조절 기능을 상실해 이미 해외로 생산지 (비중) 이동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비용증가로 현대차(005380)의 원가 비중이 33%에 달할 것”이라며 “경쟁력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0년 국내 생산은 300만대 아래로, 2021년 이후에는 240만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사라질 일자리 규모는 적어도 10만개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22일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자동차 업계 고위관계자는 “연간 40만~50만대를 생산하는 한국GM이 철수하면 일자리가 9만4,000여개 사라진다는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다”며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생산 대수가 2017년 대비 77만대가 줄어드니 사라질 일자리 규모가 단순계산해도 16만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소 10만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제조 생태계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 완성차 업체 임원은 “자동차 회사와 부품사들의 임금체계가 개편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동시에 적용될 처지”라며 “고비용 구조가 더 심화돼 국내에서 생산경쟁력을 아예 상실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가뜩이나 글로벌 판매 수요 회복세가 더딘 마당에 정책 리스크도 큰 상황 아니냐”며 “이대로면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