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다시 등장한 北의 ‘통미봉남’을 경계한다

북측에서 23~25일 실시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의 남측 언론인 참관이 사실상 무산됐다. 통일부는 행사 하루 전까지 기자단 명단을 통지하려 했지만 북측이 이를 접수하지 않았다. 남측의 참관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미국과 영국·중국·러시아 4개국 언론에만 공개될 예정이다. 16일 한미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를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후 남측을 대하는 북측의 태도가 확 달라졌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 이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봄기운이 도는가 싶던 남북관계에 갑작스레 등장한 냉기류가 위세를 더하는 형국이다.


북의 강경기류가 곧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북한이 미국과의 핵 담판에서 성과를 거두면 체제보장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보상도 얻을 수 있다. 이미 미국으로부터 민간자본 투자와 ‘고기를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지원을 약속받은 터다. 고위급회담과 남측 언론인 방북은 취소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끈을 놓지 않는 속내에는 미국만 움직이면 모든 것을 뜻대로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북미대화가 진전되면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사태도 저절로 해소되리라 볼 수 없다”는 북측 주장은 사라지는 듯싶었던 ‘통미봉남(通美封南)’ 부활의 전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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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을 건너뛰고 미국과 직접 맞상대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끌려가서는 곤란하다. 자칫 한미 연합훈련 축소는 물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같이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북미 담판으로 결정지으려 할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한미동맹에 균열을 조장할 수 있는 대목으로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어느 때보다 빈틈없고 강고한 한미공조로 이러한 우려를 없애야 한다. 최소한 북핵 문제만큼은 우리 내부에서 혼선이 일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한반도 운전자론’이 통미봉남에 밀리지 않도록 외교안보 라인이 힘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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