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선거 로고송

로고송은 선거운동의 꽃이다. 흥겨운 멜로디에 귀에 익은 노랫말을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흥얼거리게 된다. 유세현장의 주목도를 높이는 데는 로고송 만한 게 없다. 로고송의 생명은 흡입력과 각인력이다. 일단 유권자의 눈과 귀를 붙잡아야 하고 그다음에는 누구인지 뇌리에 남겨야 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랫말 패턴은 철칙이다. 2000년대 들어 트로트가 선거 로고송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그래서다. ‘무조건’의 박성철과 ‘샤방샤방’을 부른 박현빈은 선거철만 되면 귀하신 몸이 된다. ‘무조건’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무려 184명의 후보자가, 박현빈의 ‘빠라빠빠’는 2006년 지방선거 때 700명의 후보자가 각각 로고송으로 선택했다.






우리나라 선거 로고송의 시초는 3·15부정선거로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 1960년 제4대 대통령 선거 때다. 조병옥 민주당 후보가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급서했는데 당시 지지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영화 ‘유정천리’ 주제가를 이렇게 바꿔 불렀다. “가련다 떠나련다 해공 선생 뒤를 따라 /(중략) 춘삼월 십오일 조기 선거가 웬 말이냐 (후략)”


정치권 안팎에서는 역대 대선의 최고 로고송으로 ‘DOC와 춤을’을 꼽는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자신의 영문 이니셜과 어울리는 DJ DOC의 유행가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를 계기로 로고송은 약방의 감초를 넘어 필승카드로 자리 잡았다. 오죽하면 ‘잘 만든 로고송 하나가 열 정책 부럽지 않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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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로고송 대결도 볼 만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기호 1번과 맞아떨어지는 홍진영의 ‘엄지 척’과 박현빈의 ‘샤방샤방’ 등 20곡을 선곡했다. 자유한국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4곡과 후보자 추천곡 14곡 등 18곡을 선정했는데 박성철의 ‘무조건’도 있지만 젊은 유권자를 겨냥한 ‘뿜뿜’과 ‘까탈레나’ ‘셀럽이 되고 싶어’ 같은 최신곡도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볼륨을 한껏 높인 확성기로 시도 때도 없이 틀어대면 반감을 사기 십상이다. 그래서인지 구미와 순천 등 일부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여야 후보들이 ‘노래 없는 선거’를 치르겠다고 합의했다고 한다. 요란한 로고송이 그나마 선거철임을 실감하게 하지만 정책선거를 지향한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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