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인구대국 중국에서 노동인구 부족에 대한 공포가 커지자 당국이 지난 40여년 동안 유지해온 자녀 수 제한정책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 2015년부터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두 자녀를 허용하고 있지만 기대보다 출산율이 늘지 않는 반면 인구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 최대 인구가 경제성장을 짓누르는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당국은 산아제한 전면폐지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미 적절한 시점을 놓쳤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최근 중국 국무원이 전문 연구기관에 자녀 수 제한정책 폐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위탁했다며 중국이 산아제한 폐지안을 이르면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초 전면 도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사회가 이미 ‘루이스 전환점(농촌에서 노동 공급이 중단돼 임금이 급등하는 시기)’을 넘어선 상태에서 인구 한계의 장벽에까지 부딪칠 경우 시 국가주석이 꿈꾸는 ‘샤오캉’ 사회(국민 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한 사회)와 초강대국 실현의 꿈도 멀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당국이 서둘러 비상대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한 자녀 정책 폐지 이후에도 당초 기대만큼 신생아 수가 늘지 않으면서 근로인구 감소 우려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고조된 것이 전면적인 산아제한 철폐정책을 도입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두 자녀 정책 시행 첫해인 2016년 중국 신생아는 1,786만명으로 전년 대비 130만명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당국의 기대치였던 2,000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1,723만명에 그쳤다.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해 신생아 수가 전년 대비 오히려 3.5% 줄어들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5년 출생인구가 전년(1,687만명)보다 32만명 줄어든 1,655만명으로 집계되자 시진핑 지도부는 서둘러 한 자녀 정책 전격폐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지도부에서는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성장 정체가 겹치면서 노동인구 감소는 물론 경제성장률 저하, 연금기금 고갈, 복지비용 급증 등 많은 문제가 증폭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의 급속한 고령화와 임금 상승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디스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중국의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 우려를 주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 수가 10년 안에 미국 전체 인구 수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낮은 출산율이 결국 노동력을 저하시켜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구학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의 산아정책 폐기 움직임에도 노동인구 감소 추세를 뒤집을 골든타임이 이미 지나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출산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첸지앤 중국경제개혁학회 부회장은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 철폐 시점은 중국의 출생률 감소를 막기에 너무 늦었다”면서 “중국의 인구 문제는 오는 2035년까지 현대화한 사회주의 국가를 구축하겠다는 시 주석의 꿈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급속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1978년 강제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을 2015년 폐지하고 2016년부터 두 자녀를 허용했지만 중국 가족계획법에는 여전히 세 자녀 이상을 출산하는 가정에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