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생계형 적합업종' 5년간 대기업 금지... "외국계 기업만 더 배불리는 꼴"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 전망

유통·식품업계 시름 깊어져

"집행과정서 운영의 묘 필요"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 처리만 남겨 놓으면서 유통·식품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보호 취지는 이해되지만 이 법안이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역차별 문제를 더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또 해당 산업의 성장률 정체 등 각종 역기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결국 외국계 기업만 더 배를 불리는 셈”이라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큰 피해를 입게 돼 세부 법 집행 과정에서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1일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 내용을 보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기간이 5년으로 정해졌다. 지정기간 동안 대기업은 해당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받고 위반기간 동안 매출액의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소상공인 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면 심의위원회를 거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개월 이내에 적합업종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정 대상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에 포함된 73개 업종이 중심이다.


유통업계는 이 법안이 국내 기업 역차별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기업·중견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지 못할 때 외국계 기업은 마음대로 사업을 벌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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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 업계가 규제에 갇혀 주춤한 사이 외국계 대기업이 그 자리를 꿰차며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대두된 상태다. 지난 2013년 제빵업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제과 브랜드는 20여개에 이른다.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콘트란쉐리에는 현지 매장이 4개인데 반해 국내에서는 점포 수를 30여개 이상으로 늘렸다. 글로벌 디저트업체 브리오슈도레의 경우에도 매장을 12개까지 빠르게 확장했다. 반면 국내 제빵 프랜차이즈들은 적합업종 지정 이후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 직전 연도 대비 2% 이내에서만 매장을 늘릴 수 있는데다 거리 제한 규제까지 더해져 사실상 출점이 중단된 상태다.

제과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가 골목상권 곳곳에 침투해 매장 수를 늘리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국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동안 국내 기업은 역차별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산업의 성장률 정체도 문제다. 2013년부터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를 받고 있는 외식업이 그 케이스다. 한식뷔페 성장 시계가 멈춘 것 역시 규제와 궤를 같이한다.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한식뷔페는 지난 2년간 폐점이 잇따르면서 성장세가 폭삭 주저앉았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출점이 제한된데다 임대료·인건비 등의 부담이 겹쳤기 때문. 이들 한식뷔페는 성장이 멈추면서 생존기로에 서 있는 상태다.

강력한 규제 법안이 시장 비효율을 야기하고 이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포장두부시장의 적합업종 지정으로 소비자 후생 손실이 연간 약 567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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