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3나노(1㎚=10억분의1m) 미세공정을 적용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을 오는 2020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2020년까지 완료하겠다고 했던 4나노 공정 기술개발은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특유의 속도전을 펴며 1위인 대만 TSMC를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고객사를 초청해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8’을 개최했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직접 연단에 선 이날 포럼에는 팹리스뿐 아니라 주요 파트너사와 애널리스트 등 500여명이 참석해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파운드리는 자체 생산 공장이 없는 반도체 설계 업체의 주문을 받아 생산해주는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팀 단위였던 파운드리 사업을 사업부 단위로 격상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날 포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언제까지 몇 나노 공정을 준비하겠다’는 내용의 미세공정 로드맵이다. 회로 간격이 좁을수록 즉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고효율·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생산성도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적용한 7나노 공정 시험생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2020년까지 3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50%로 업계 1위인 TSMC도 최근 3나노 공정에 200억달러(약 2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술 준비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6%로 4위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MBC(Multi Bridge Channel)펫 기술을 3나노에 최초 적용할 계획이다. 배영창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3나노 공정에 GAA(Gate All Around) 구조를 차용한 MBC펫 기술을 적용하고 단순 기술 리더십뿐 아니라 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4나노 공정 개발 완료 시점도 1년이나 앞당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0년까지 4나노 공정 개발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포럼에서는 이 시점을 2019년으로 앞당겼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개발 완료 시점에서 양산까지 6개월~1년 정도가 걸린다”면서 “기술 발전으로 미세공정 개발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개발 완료를 1년이나 앞당긴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재영·신희철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