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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첼리스트 김두민 "시기별로 다른 베토벤 음악…다양한 매력 느껴보세요"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연주 도전

"한 사람 작품이라 믿을 수 없는

초·중·후기 각각 독특한 색채

오케스트라서 10여년 연주경험

음악·삶에 대한 이해폭 넓혀

고국 무대서 관객 만날 때 행복"

첼리스트 김두민



“베토벤의 작품들을 초기·중기·후기로 나눠 보면 한 작곡가가 만든 음악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다양한 색채를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음악사의 외계인과 같은 존재가 바로 베토벤입니다.”

24일과 오는 31일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첼리스트 김두민(39·사진)은 공연이 진행될 서울 종로구의 금호아트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관객들이 이번 공연에서 정통 클래식의 모범이라고 할 만한 초기 작품과 현대 음악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추상적인 표현력이 돋보이는 후기 작품의 매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김두민의 무대는 금호아트홀이 지난해부터 선보여온 ‘베토벤의 시간’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금호아트홀은 베토벤(1770~1827) 서거 190주년을 맞은 지난 2017년부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2020년까지 4년 동안 베토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린다. “모차르트나 브람스처럼 위대한 작곡가는 여럿 있지만 다양한 분위기를 오가며 여러 시대를 망라하는 곡을 쓴 사람은 베토벤이 유일한 것 같아요. 모든 곡의 모든 마디에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숨겨놓을 만큼 치밀하고 섬세한 작곡가이기도 하고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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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제1호 예술영재’로 입학한 김두민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 악단인 독일 뒤셀도르프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첼로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두민은 유럽 오케스트라 소속으로 10년 넘게 일한 경험이 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은 물론 삶의 자세와 태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뒤셀도르프에 입단하기 전까지는 사실 슈트라우스나 말러·브루크너처럼 오케스트라 음악에 주력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잘 알지 못했다”며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공부하게 되면서 솔리스트로의 테크닉도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솔리스트가 독주회를 하면 어떤 실력을 보여주든 일단 관객은 그 연주자 한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면 솔리스트에게 허락되는 것은 고작 8마디·10마디뿐이에요. 그 짧은 순간에 강렬한 연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연습을 하면서 테크닉을 갈고 닦을 수 있었습니다. 내 주장만 옳고 나만 돋보이려고 애쓰기보다 팀 전체의 하모니를 생각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도 오케스트라 경험이 아니었으면 얻지 못했을 거예요.”

김두민은 10대 후반 과도한 연습으로 팔의 신경이 손상되는 큰 부상을 당한 것도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었다”며 “조금만 (실력을) 보여줘도 사람들이 영재라고 치켜세우고 박수를 쳐주니 어린 나이였지만 별로 힘든 게 없어 보이던 시절”이라고 돌아봤다. “팔 부상으로 6개월 동안 첼로 활을 손에서 완전히 놓아야 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수영·달리기·웨이트트레이닝 등 부상에서 회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음악을 향한 사랑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부상을 계기로 좀 더 겸손해지고 무대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됐어요.”

지난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8 교향악축제’에 연주자로 참석한 김두민은 금호아트홀 기획 시리즈에 이어 7월 말 개막하는 평창대관령음악제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김두민은 “독일 오케스트라에 소속돼 있다 보니 솔리스트로 ‘날개’를 펼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독주회나 실내악 무대 등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나는 게 굉장히 행복하다”며 “기회가 닿는 대로 한국에서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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