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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실세' 전명규 전횡 확인...'노선영 왕따' 의혹은 사실아냐

문체부 빙상연맹 특정감사 발표

2013년 대표팀 감독 중징계 압력

外人 지도자 계약해지·영입시도 등

퇴임 후에도 부당한 영향력 행사

연맹은 방조...선수 선발 규정 무시

빙상연맹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연합뉴스빙상연맹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연합뉴스



빙상계의 ‘대부’로 불려온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빙상연맹 재임 시는 물론 연맹을 떠나 있을 때도 빙상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빙상연맹의 비정상적 운영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특정감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과에도 빙상과 관련한 여러 사회적 논란이 일자 정부가 의혹 사항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지난 3월26일부터 4월30일까지 실시됐다.

전씨에 대해 문체부는 “특정 인물이 빙상계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권한도 없이 빙상연맹 업무에 개입한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씨는 부회장 재임 당시 사적 관계망을 활용해 이탈리아 트렌티노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 중징계를 받는 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해당 감독에 대한 민원서와 징계요청진정서를 옛 조교와 지인에게 작성하도록 해 연맹에 제출하게 한 것이다. 전씨는 2014년 3월 연맹에서 물러난 후에도 네덜란드 출신 외국인 지도자의 계약 해지, 캐나다 출신 외국인 지도자의 영입 시도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문체부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한국체대에서 이른바 ‘특혜훈련’을 받은 것에도 전씨가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지난해 2월 연맹 부회장으로 복귀했다가 문체부 감사가 시작된 후 4월 다시 사임했다. 문체부는 그러나 당사자가 사임한 후에도 징계할 수 있도록 한 연맹 규정을 근거로 전씨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문체부는 연맹이 규정에 없는 상임이사회를 운영하면서 전씨가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판단하고 대한체육회에 빙상경기연맹에 대한 관리단체 지정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집행부 총사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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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의 민낯도 드러났다. 우선 공정해야 할 국가대표 선수 선발은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2018세계주니어쇼트트랙 선수권대회 파견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는 남녀 각 4명을 뽑기로 공지한 후 규정을 위반해 남녀 1명씩을 더 뽑기도 했다. 국가대표 경기복 선정과 후원사 공모 과정도 석연찮았다. 연맹은 국가대표 경기복에 대한 불만이 지속해서 제기됐다며 경기복을 교체하기로 하고 ‘용품계약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이는 ‘국가대표 용품 후원사 우선협상위원회’를 구성해 기존 후원사와 우선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이사회의 결정을 어긴 것이다. TF가 사실상 특정 업체로 경기복 제작사와 후원사를 교체할 것을 전제로 회의를 진행한 정황도 발견됐다. 문체부는 경기복과 후원사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 이 밖에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부당하게 운영하거나 비상근 임원에게 정관을 어기고 업무활동비를 지급하고 임원에게 부적정한 전결권을 주는 등의 부실한 행정처리도 적발됐다.

평창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예선에서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과 관련해서는 앞서서 달린 김보름이나 박지우가 의도적으로 가속을 했거나 노선영이 일부러 속도를 줄였다는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세 선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진술, 경기 영상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물이다. 다만 주행 순서 등 작전 수립 과정에 지도자와 선수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이날 감사 결과를 발표한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감사를 통해 의도와 결과가 좋다면 규정과 절차를 가볍게 여긴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각 연맹에 절차와 규정의 중요성을 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당한 절차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메달은 더 이상 사회나 국민이 반기지 않는다”면서 “스포츠 공정과 관련해 앞으로는 체육계의 눈이 아닌 국민적·보편적 시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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