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나랏빚 꼼수 논란] 공무원 늘리는 정부, 충당부채 빼 국민 눈 속이려 하나

■공무원 연금충당부채 제외 검토

연금부채 증가분 88%가 이자율 탓

금리 변동 따라 수십조 오락가락

연금부채 빼면 나랏빚 700조대로

통계 일관성 사라져 신인도 문제

잠재적 빚 과소 평가할 우려도




지난해 공무원연금충당부채 증가액은 93조2,000억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88.7%인 82조6,000억원이 할인율 인하 같은 재무적 요인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연금은 미래에 주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지금 시점에서의 부채로 잡는다. 단순화하면 현재가치는 미래가치를 1에 할인율(이자율)을 더한 수치를 나눠서 구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분모가 커져 연금충당부채인 현재가치가 작아지고 금리가 내려가면 할인율이 떨어져 현재가치가 커진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충당부채가 크게 늘었는데 이를 뜯어보면 저금리가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충당부채 증가액 중 공무원과 군인의 근무기관과 재직자 수 증가에 따른 금액은 10조6,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가 국가 재무제표에서 연금충당부채를 빼고 싶어하는 이유다. 금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미확정 부채라는 점과 연금수입(공무원과 군인이 내는 보험료)이 반영 안 돼 있다는 점도 정부의 불만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영 점 몇 퍼센트포인트만 달라져도 부채 수십조원이 왔다갔다한다”며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마치 이 금액이 확정된 것처럼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충당부채를 재무제표에서 빼면 당장 통계 일관성이 사라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55조8,000억원이던 국가부채가 710조원으로 쪼그라들면 국민들과 해외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2011년 회계방식을 발생주의로 바꿨을 때의 국가부채가 773조6,000억원이었는데 그때보다도 나랏빚 규모가 작아진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계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복잡한 문제”라며 “국내 정보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외국인들은 처음에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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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잠재적인 빚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만 국가부채가 122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매년 100조원 안팎씩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 증원도 예정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공무원 17만4,000명을 늘리겠다고 한 상태다. 정부는 보험료 수입이 있다지만 매년 2조원 안팎의 보전금이 투입되고 있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공무원연금에 들어간 정부 보전금은 10조5,468억원에 달한다. 지출액 대비 보전금 비율이 20.3%다. 올해도 2조9,000억원의 정부 지원이 예정돼 있다.

군인연금은 상황이 심각하다. 2016년에 정부가 군인연금에 대준 돈은 1조3,665억원이다. 1인당 보전금이 1,534만원으로 공무원연금(512만원)의 세 배가량 된다. 이마저도 2045년에는 2,149만원으로 40%나 폭증한다. 공무원은 2015년 연금개혁을 했지만 군인은 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국가 재무제표에서 공무원연금충당부채를 빼면 정부 빚이 지나치게 적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연금개혁을 했다고 하지만 공무원 수가 늘어나면 보전금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군인연금은 정부 지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를 빼면 정부 부담이 적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의 확정채무만 다루는 국가채무(D1)에는 공무원 연금충당부채가 들어가 있지 않다. D1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0조7,000억원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비교에 쓰이는 일반정부 부채(D2)도 마찬가지다. 2016년 말 현재 717조5,000억원인 D2는 국가채무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숫자다. 국가 재무제표에서 연금충당부채를 빼면 다른 지표와의 차이도 사라진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복지를 늘리고 확장적 재정기조를 펼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무원 채용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재무제표에서 충당부채를 제외하면 정부 부채가 생각보다 작고 문제가 없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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