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한국 배터리 3사 '中 금한령' 풀리나

LG화학·삼성SDI·SK이노 중국서 우수인증업체에 선정

모범기준 인증 심사때 유리한 점수…차별조치 완화 기대

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 중국 시장 진출 관련 일지



중국 정부가 지난 2년여 동안 가해왔던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전기차 배터리업계에 대한 규제를 일부 풀었다.

23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전날 밤 홈페이지를 통해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포함된 전기차 배터리 우수인증업체 명단(화이트리스트)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이들 한국 기업들을 비롯해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등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배터리 업체 16곳이 포함됐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28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은 뒤 이달 말께 최종 명단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에 발표된 명단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의 최종 관문인 중국 당국 공업화신식화부(공신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과는 다르지만, 전기차 보조금 대상업체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이트 리스트에 선정된 기업들은 공신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 부여 심사 때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고 현지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할 때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번 화이트 리스트 당국이 발표하는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과는 다르다”면서도 “당국이 국내 배터리회사들을 모범업체로 인증한 만큼 기대감이 커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가 중국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을 겨냥해 2015년 수천억 원을 투자해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지만, 2016년 초 한국 배터리 업체가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를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6월에는 사실상 한국 등 외국 배터리 기업을 솎아내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이라는 규제를 제정하며 한국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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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에 비해 우수한 품질 등을 기반으로 공신부의 모범기준 인증을 꾸준히 신청한 한국 기업들이 서류 미비와 공장 규모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번번이 탈락하자 현지에서는 사실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컸다. 중국 현지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자국 배터리 기업에 성장 기회를 주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저 수준에 오른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중국 공신부가 발표하는 배터리 모범 기준 인증과 달리 이번 1차 화이트리스트의 경우 실효성이 분명하지 않아 배터리 금한령이 본격적으로 풀릴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날 공신부가 발표한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 추가 명단에서는 10개 전기차가 선정됐지만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목록에서 또다시 제외됐다. 한국 배터리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 신청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이지만 중국 당국이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면서 “다만 중국 당국이 일단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24일로 예정된 먀오웨이 중국 공신부장과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의 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중 산업장관회의에서 배터리 보조금 지급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김우보기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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