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의 국회 처리 시한이 임박하면서 여야가 또다시 거세게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 4당은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23일 일제히 대통령의 개헌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반면 여당은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야권을 압박했다. ‘드루킹 특검’을 놓고도 여야의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당이 개헌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강행할 경우 당장 후반기 국회 의장단 선출은 물론 당분간 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의 개헌안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이들 3당 대표와 원내대표,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하면 멈췄던 국회의 개헌 열차가 출발할 것이고 초당적 합의를 통해 개헌을 해낼 수 있다”며 “대통령께서 개헌안을 철회하는 결단으로 개헌 논의의 물꼬를 터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대통령 개헌안은 국민적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가 결여된 만큼 대통령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개헌안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이들 야 4당은 예정대로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모두 불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야권이 불참을 예고하면서 24일 본회의 개의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수(118명)만으로 본회의를 열 수는 있지만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개헌안 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192명)에는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이 성립되면 개헌안은 자동폐기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를 강행할 경우 여야 갈등이 재연되며 20대 전반기 국회는 다시 파행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24일로 예정된 본회의는 헌법 절차에 따라 국회의장이 소집한 것인 만큼 이를 거부하거나 출석하지 않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야당의 본회의 참석을 압박했다. 하지만 야권은 “본회의를 강행하면 여야가 합의한 28일 본회의 등 향후 국회 일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당장 후반기 국회 의장단 선출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여당은 국회법에 따라 정세균 의장의 임기만료 5일 전인 24일 본회의에서의 의장단 선출을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다수당이라고 무조건 국회의장을 맡으라는 법은 없다”며 관련 일정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개헌안 자진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개헌안 철회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논의한 적도 없고 결정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현상·송주희기자 kim0123@sedaily.com